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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 사상자 낸 '밀양 세종병원'…그곳은 지옥이었다[그해 오늘]

김민정 기자I 2025.02.02 00:01:00

간호사·간호조무사 의사자 인정
결박·밀집 병상·가연성물질 등 피해 키워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8년 2월 2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0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이데일리 DB)
47명이 숨지고 112명이 부상을 당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2007년 이후 발생한 화재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1월 26일 오전 7시 30분께 발생한 화재의 대응은 비교적 빨랐다. 오전 7시 32분 소방서에서 화재 발생 최초 신고가 접수됐고, 인력·장비를 전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화재 현장과 가까운 소방대가 오전 7시 36분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인지 시각부터 5분 안에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응급실에 입원 중이었던 환자였던 만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해 희생자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이 화재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참사에 대한 예방 및 대응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참사 당시 환자들의 대피를 위해 끝까지 환자 옆에 남았던 의료진도 있었다. 당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각각 한 명씩 사망했는데 이들은 화재를 인지한 후 환자를 대피시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4월 간호사 김점자 씨와 간호조무사 김라희 씨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의사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일컫는다.

의사였던 故 민현식 씨는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당직근무를 하던 도중 불이 나자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질식사했다. 민씨는 본래 세종병원 소속이 아니었으나 지방 병원 응급실의 인력이 부족해 병원 응급실 당직을 맡았다가 참사를 겪게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민씨는 아쉽게도 의사자로 인정되지 못했다.

(사진=이데일리 DB)
세종병원 화재는 10년 넘게 저질러진 불법 증축과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당국이 함께 만들어낸 인재였다. 1992년부터 2005년까지 반복적으로 증축이 이뤄진 노후 건물은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나 방화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 당시 밀양 세종병원 건물은 12차례가 넘는 불법 증·개축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밀양시는 세종병원을 상대로 비 가림막 연결통로, 식당 등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병원 측은 수백만 원에 불과한 이행강제금만 내며 영업을 강행했다. 이러한 불법 증·개축은 구조 활동에도 지장을 줬다. 실제로 불이 시작된 지점도 불법 증축된 응급실 탕비실 천장이었다.

이 밖에 낙상 등을 방지하고자 환자를 병상에 묶는 신체보호대 때문에 구조가 지연됐다는 소방관계자의 증언도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소방 관계자는 중환자실 환자의 3~4명을 제외하고 18명 이상의 환자가 결박돼 있었으며 결박을 푸는데 1명당 30초~1분 정도 구조시간이 더 걸려 위험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의료법 시행규칙상 환자의 낙상 또는 자해를 막고자 결박하는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수 있다.

2014년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에 이어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에서도 환자 다수가 ‘신체 보호대’로 침상에 묶여 있다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나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병원 측은 태권도복 끈 등 부드러운 소재로 손을 묶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침대 가드레일에 결박한 최종 여밈 장치는 찍찍이 등 제3자가 풀기 쉬운 소재로 했었더라면 희생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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