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3상 실패·처방 부진' 코아스템켐온...FDA 조건부 허가 18% 확률 뚫을까

송영두 기자I 2025.03.14 09:03:55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지난해 말 루게릭 치료제 임상 3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코아스템켐온(166480)이 조건부 허가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루게릭 치료제가 개발 난도가 높은 만큼 1차 지표 유효성 입증에 성공한 사례가 없지만 조건부 허가를 받은 사례도 있는 만큼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아스템켐온은 루게릭병(ALS) 치료제 ‘뉴로나타 알’ 임상 3상 최종 결과보고서를 수령하기 전에 추가 분석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 임상 3상 톱라인 결과 1차 지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만큼 추가 분석을 통해 유효성 부분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시도다. 코아스템켐온 관계자는 “당초 3월 내 뉴로나타 알 임상 3상 최종 결과보고서(CSR)를 수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협의해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CSR은 4월 초 수령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로나타 알 임상 3상 CSR 수령 후 관건은 회사 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느냐다. 1차 지표로 설정한 JRS(Joint Rank Score) 평가를 충족하지 못한 만큼 품목허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코아스템켐온은 CSR 결과와 상관없이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게 기본 기조라고 설명했다.

루게릭 치료제 뉴로나타 알.(사진=코아스템켐온)


◇조건부 허가 확률 7년간 18%, 상업화 성공 확률은 9% 불과

코아스템켐온은 글로벌 시장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기대했던 핵심 파이프라인인 만큼 뉴로나타 알 허가에 대해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경우 루게릭 환자가 글로벌하게 가장 많은 3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시장 진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만 하더라도 개발에 나섰던 루게릭 치료제 중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사례는 없었다”면서도 “임상 3상에서 우리와 같이 1차 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치료제 중 FDA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사례가 있는 만큼 뉴로나타 알도 그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양한 루게릭 치료제 개발이 이어져 왔지만,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 다만 조건부 허가 사례도 존재했다. 최근 7년간 11개 루게릭 치료제가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에 나섰지만, 모두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데날리 테라퓨틱스 ‘DNL343’과 브레인스톰 ‘뉴로운’ 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11개 치료제 중 2개 치료제가 FDA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획득했다.

7년간 11개 치료제 중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치료제가 2개인 점을 감안하면 확률상 뉴로나타 알의 조건부 기대 확률은 18%에 불과하다. 최종 목표가 조건부 허가 획득이 아닌 허가 이후 상업화에 따른 매출 확보라는 점에서 상용화 성공 여부도 중요한 포인트다.

2022년 9월 FDA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아 출시한 미국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의 ‘렐리브리오’는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해 4월 판매를 중단, 시장에서 철수했다. 출시 후 진행한 대규모 확증 임상에서 위약 대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업화까지 성공한 사례는 단 1건으로 확률은 9%에 불과한 셈이다. 다만 2023년 4월 가속 승인된 바이오젠의 ‘칼소니’도 효능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의료계 관계자는 “렐리브리오는 기존 루게릭 증상을 지연 시켜주는 리루졸, 에다라본 등의 치료제와 효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가격은 수천만원에 달해 이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연평균 10억 중반 매출, 흥행 실패 판단...조건부 허가 가능성↓

일각에서는 뉴로나타 알 조건부 허가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벤처캐피털(VC) 바이오 심사역은 “루게릭 치료제 개발이 굉장히 힘든 분야다. 알츠하이머보다 더 어렵다고 보는 시각들도 많다”며 “뉴로나타 알이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아서 충분한 리얼월드 데이터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조건부 허가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뉴로나타 알은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당시 조건부 허가 조건은 △기존 루게릭병 치료제 리루졸과 병용 투여 △2022년까지 안전성 및 유효성 입증 임상결과 제출 △허가 후 7년간 뉴로나타-알 투약 환자 추적 관찰 등이다. 이중 임상결과 제출 기한은 2024년까지 연장 승인됐다.

뉴로나타 알은 2015년부터 환자들에게 처방됐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94억9000만원이다. 2015년 출시 첫해 40억39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뒤 11억원대까지 감소했다가 2019년 31억6300만원으로 두 번째 높은 매출을 냈다. 1회 5000만원인 뉴로나타 알은 1년에 4번 투약해야 해 연간 비용이 2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9명 정도가 뉴로나타 알을 처방받은 셈이다.

국내 루게릭 환자는 4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근본적인 치료제를 자처하는 뉴로나타 알과는 달리 증상 지연 효과를 나타내는 에다라본(미쓰비시다나베)의 국내 연간 매출이 22억원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뉴로나타 알이 흥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VC 바이오 심사역은 “뉴로나타 알의 매출이 10억원대에 머물렀다는 것은 여러 제반사항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처방된 것이 아니다”라며 “치료 효과가 나타났으면 처방률 올라갔어야 했고, 그에 따른 매출도 늘었어야 한다. 처방이 많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효능적인 측면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성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