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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후발주자 GC지놈, 액체생검 시장 판도 바꿀까

석지헌 기자I 2025.03.23 09:30:18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GC녹십자(006280) 계열사인 액체생검 전문기업 GC지놈이 상반기 상장을 예고한 가운데 액체생검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관련 기술에 대한 여러 한계점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절개나 조직검사 없는 비침습적 암 진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전망이다. 액체생검은 혈액, 소변, 체액 등 액체 샘플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GC지놈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A·A를 받아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하고 있다.

GC지놈은 암 세포에서 혈액으로 방출된 DNA 조각(ctDNA)을 분석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제품 출시는 이미 2023년 9월에 했으나, 상장 시기로 본다면 액체생검 기업 중 후발주자다.

ctDNA는 분리가 간단하고 표준 검출 방식이 존재해 현재 액체생검 중 가장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GC지놈의 암 조기진단 제품 ‘아이캔서치’는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담도암, 식도암, 난소암 등 주요 6종 암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감도(암에 걸린 사람 중 검사 결과 양성인 비율)는 82.8%며, 현재 비급여 시장에 진출해 국내 57개 검진센터에서 검사가 가능하다. 가격은 검사 기관마다 다르나 평균 100만원대다.

GC지놈이 강조하는 경쟁력은 낮은 특허 침해 위험성, 대규모 임상을 통한 기술 검증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에 적합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사만의 검사법과 기술로 원가 경쟁력과 기술 확장성을 확보해 특허 침해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며 “또 7000건 이상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 검증을 진행했기 때문에 일관성과 재현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매출액은 273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실적은 현재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으나, 연평균 성장률을 적용할 경우 단순 계산 시 33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기창석 GC지놈 대표.(제공= GC지놈)
◇색깔 뚜렷한 액체생검 업체들

현재 액체생검 기업 중 주요 상장사로는 싸이토젠(217330), 지노믹트리(228760), 아이엠비디엑스(461030)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몸에서 나온 액체로 암을 진단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액체 종류나 분석 대상은 상이하다.

싸이토젠 이미 죽은 암세포에서 나온 ctDNA가 아닌, 살아있는 순환 종양 세포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CTC는 혈액 속 극미량만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조기진단에서 활용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싸이토젠은 CTC 기술의 민감도나 특이도 등에 대해 아직 검증 임상 단계에 있어 밝힐 수 없단 입장이다.

지노믹트리의 경우 앞선 기업 3곳과 달리 피가 아닌 대변과 소변이 분석 대상이다. 회사는 대변 샘플에서 대장암을 조기진단하는 제품 ‘얼리텍-C’를 상용화했다. 민감도는 95%로 알려진다.

암세포에서는 정상적인 ‘메틸화’ 패턴이 깨지고 특정 유전자에서 비정상적인 과(過) 또는 저(低)메틸화가 발생한다. 지노믹트리는 이렇게 메틸화된 DNA를 찾아서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DNA 메틸화는 세포 내 특정 유전자에 메틸기(-CH₃)가 붙는 과정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생체현상이다.

메틸화 분석은 암 초기에도 변화가 뚜렷하며, 특정 암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범용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메틸화 패턴이 암종마다 다르게 나타나 어떤 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다른 암에는 적용이 어렵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메틸화 변화를 보는 건 PCR 기반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다는 특징도 있다. 실제 지노믹트리의 얼리텍-C 가격은 약 15만원 전후로 알려져 있는데, 기존 ctDNA 기반 제품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가장 유사한 경쟁사는 어디

마지막으로 아이엠비디엑스는 GC지놈처럼 ctDNA를 분석해 암을 조기진단한다. 회사는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담도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 암 등 8가지 암을 동시 검사할 수 있는 제품 ‘캔서파인드’를 개발했다.

다만 ctDNA 분석은 암이 발생한 정확한 부위를 특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암 세포가 사멸하면서 방출된 DNA는 장기별로 구분되지 않고 혈류를 따라 전신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어느 장기에서 온 건지’ 특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액체생검 업계에서는 ctDNA와 메틸화 분석을 결합한 바이오마커 접근법 연구가 한창이다. 실제 가던트헬스와 그레이얼 등 글로벌 액체생검 톱티어들은 ctDNA와 메틸화, 단백질 마커를 결합한 액체생검 제품 개발에 속속 나섰다.

아이엠비디엑스도 기본적으로는 ctDNA 분석을 기반으로 하지만 DNA 메틸화 분석을 결합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GC지놈의 경우 DNA 메틸화 분석을 하지 않는다.

아이엠비디엑스 관계자는 “캔서파인드를 포함한 암 진단 제품들 모두 ctDNA와 DNA 메틸화 분석 기술을 근간으로 절편화 패턴이나 복제수 변이 같은 추가적인 스크리닝 툴을 더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캔서파인드 역시 비급여 시장에 진출해 현재 국내 약 90여 곳의 병원과 검진기관에서 검사가 가능하다. 성능은 민감도 85.6%이다. 가격의 경우 GC지놈의 아이캔서치 보다 저렴한 60만~70만원 선이다.

현재로선 아이엠비디엑스 캔서파인드가 더 높은 민감도와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녹십자는 강력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누가 우위를 점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GC지놈의 경우 계열사 GC셀의 유통망을 사용하고 있다.

액체생검 기술에 대한 여러 한계점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비침습적 암 진단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와 조기 진단, 맞춤형 치료는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글로벌 액체생검 시장은 2023년 10조4000억원 규모에서 2032년 76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25.3%을 기록하며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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