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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진·준시바이오와 항서제약은 다르다…상용화돼도 잭팟은 없다?

송영두 기자I 2025.04.09 09:10:00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HLB(028300)가 자신했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에 또다시 실패했다. 투자자들에게 승인을 자신했으면서도 다시 불발된 것과 관련 HLB와 진양곤 회장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제기된다. 승인 불발 이후 간담회에서 언급한 진 회장의 여러 언급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간암 신약이 상용화 된다고 하더라도 경쟁 신약 출현, 직접 판매 전략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잭팟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지난 21일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긴급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FDA 허가 불발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날 HLB는 FDA로부터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 허가를 신청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에 대해 CRL을 받았다. HLB는 지난해 5월에도 CRL을 수령한 바 있는데, CRL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진 회장은 간담회를 통해 간암 신약에 대한 여전한 경쟁력과 이를 바탕으로 5월까지 신약허가 재신청, 7월에는 FDA 승인 여부를 결정받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서제약의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지적사항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 CRL를 받았다”면서 “재허가에 최장 2개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은 유효하다. 클래스1로 분류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특히 “CMC 문제가 매우 사소해 전체적인 일정과 개발 전략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까지도 베이진, 준시바이오 등 중국 기업의 신약 허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미중 갈등의 영향은 아니다”라는 그의 발언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CMC 문제가 사소한 부분이 아니라고 보고 있고, 베이진과 준시바이오 등의 사례도 HLB 및 항서제약과 같은 사례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자료=각사, 그래픽=김일환 기자)


◇진 회장의 묻지마 희망찬가...베이진·준시바이오는 항서제약과 다르다


업계에서는 진 회장과 HLB 측의 희망찬가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CMC 사유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하거나, 클래스1로 분류될 것이라는 등의 불확실성 속의 희망섞인 자신감은 오히려 HLB와 더 나아가 K바이오 신뢰도를 깎아먹는 행위라는 평가다.

실제로 진 회장과 HLB는 지난해 5월 CRL를 수령했을때도 FDA가 클래스1로 분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FDA로부터 재심사 클래스1로 분류될 경우 2개월, 클래스2일 경우 6개월 후 심사 후 허가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HLB는 클래스2로 분류됐고,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던 항서제약 CMC 문제는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HLB 측에서는 항서제약 CMC 생산공정 문제라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CMC 문제는 사소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약 자체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되면 추가 검증해야 하는 부분들이 증가하고, 최악의 상황에는 추가 임상도 해야 할 수도 있다. 미중 갈등 이슈와는 별개로 몇 달의 문제가 아니라 몇 년의 문제가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베이진과 준시바이오를 예로 들며 항서제약은 미중 갈등과 관계없다고 자신한 발언도 논란이다. 신약개발 기업 관계자는 “베이진과 준시바이오를 항서제약과 같은 중국 기업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베이진은 미국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고, 중국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사명까지 바꿨다”며 “준시바이오는 미국 기업과 공동개발을 통해 FDA 허가를 받은 사례다. 단순하게 항서제약과 같은 사례로 묶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진과 준시바이오, 항서제약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베이진은 미국 케임브리지, 스위스 바젤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고, 미국 뉴저지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미국 내에서도 노바티스, 암젠 등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명도 비원 메디슨스(BeOne Medicines)로 변경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베이진의 사명 변경으로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 및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중 갈등 리스크 속에서 중국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준시바이오는 비인두암 치료제 토릴리맙을 지난 2023년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미국 기업인 코헤러스 바이오와 공동개발한 치료제다. 중국 제약사 이노벤트 역시 일라이 릴리와 신약 공동개발 임상 3상 단계로 허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항서제약은 미국 지사도 이제 설립 단계고, 미국 생산기지는 물론 현지 파트너사도 없다. 중국 기업이 단독 개발한 캄렐리주맙과 베이진, 준시바이오 사례를 동일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HLB 또 제동, 불확실성 높아지는 50% 시장 점유율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FDA 허가가 두 번이나 불발되는 사이 BMS가 간암 1차 치료제 시장 재편을 노리고 개발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 FDA 허가가 내달 결정된다. 개발 속도가 빨랐던 HLB 입장에서는 BMS의 추격이 달갑지 않다. 그동안 간암 1차 치료제 중 기 출시된 치료제까지 포함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전체생존률(mOS)이 가장 긴 23.8개월을 기록해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 회장은 FDA 허가를 받고, 글로벌 간암 시장에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이 50%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옵디보+여보이와의 경쟁에서도 자신했다. 글로벌 간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27억 달러에서 연평균 10.9% 성장해 2033년 7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옵디보+여보이 mOS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과 큰 차이가 없는 23.7개월로, 내달 FDA 허가를 전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11일 이미 허가를 받은 상태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이 뒤늦게 FDA 허가를 받더라도, 신약 상용화 경험과 미국 시장 내 유통판매 출시에 잔뼈가 굵은 BMS보다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이 중국에서 연매출 7400억원을 기록한 항암제라고 강조한 것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리보세라닙은 중국에서 위암(2014년), 간암(2020년), 2024년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간암 환자는 아시아 지역에서 매년 61만명이 발병해, 전세계 70%를 차지한다. 이 중 중국은 36만명으로 사실상 시장성이 가장 큰 시장에서 7400억원의 매출이 과연 높다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이 FDA로부터 허가를 받더라도, 그사이 가장 큰 경쟁 치료제가 허가를 받고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시장에 출시해도 현지 시장 공략에서 글로벌 기업 도움 없이 직접 판매 방식으로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에는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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