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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고유정, 가석방 기회가 남았다 [그해 오늘]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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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 기자I 2025.05.25 00:00:00

전 남편 시신 훼손 후 곳곳에 유기
끝내 시신 못 찾고 재판...무기징역
사형수와 달리 무기징역은 ''가석방'' 가능
"교도소서 식사 잘하고 재소자들과 잘 지내"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2019년 5월 25일 전 남편을 토막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고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고유정(1983년 2월생)은 여러모로 특이한 존재다.

33년 만의 여성 연쇄 살해 혐의자, 무표정, 거짓말, 토막살해범이라는 특이점 외 시신 없는 여성 살해범이라는 점은 고유정 외 다른 이름을 찾을 수 없다.

고유정 (사진=유튜브 ‘JTBC News’ 캡처)
고유정 사건은 2019년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무인 펜션에서 고유정이 전남편 A씨(당시 36세)를 살해 후 토막 내 바다 등지에 뿌린 범행을 말한다.

고유정이 A씨를 죽인 이유는 어처구니없다. 이혼하면 그만이지 왜 아들을 만나려 하느냐는 것이다.

고유정과 전남편 A씨는 대학 캠퍼스 커플로 5년의 열애 끝에 2013년 6월 결혼했다. 다정해 보였던 둘 사이에는 결혼 직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유정은 아이가 태어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A씨에게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결국 A씨는 2016년 말 고유정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2017년 이혼이 성립됐다.

당시 A씨 수입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양육권은 고유정에게 넘어갔다. 이혼 후 고유정은 A씨에게 아들을 2년 동안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A씨가 면접교섭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사소송을 제기했으나 고유정은 재판에 내내 불출석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9년 5월9일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고 그는 한 달에 두 번씩 아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고유정은 2주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 곧 A씨 살인 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우선 10일부터 자신의 휴대전화로 ‘수면 유도제’, ‘니코틴 치사량’, ‘살인 도구’, ‘뼈의 무게’,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7일엔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약 20km 떨어진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 있는 수면제 일주일 치를 처방 받았다. 톱 등 범행 도구 일부도 차에 실었다.

다음 날인 18일엔 자신의 승용차를 여객선에 싣고 제주도에 입도했다. 인터넷을 통해 제주시 조천읍 소재 한 무인 펜션도 이날 예약했다. 범행 사흘 전인 22일, 고유정은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식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숫대야, 청소용 솔 등을 구매했다. 카드로 결제하며 본인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까지 적립했다.

고유정은 2주 동안 범행을 모의한 뒤 전 남편을 제주시에 위치한 펜션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는 고유정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사진=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25일 아침 제주 친정에서 아들을 데리고 나온 고유정은 A씨를 만나 그날 오후 4시 40분쯤 예약한 조천읍 무인 펜션으로 들어가 졸피뎀을 탄 카레라이스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고유정은 A씨가 수면제에 취해 잠이 들자 살해하고 시신을 욕실로 옮긴 뒤 이틀 동안 시신 토막, 시신 유기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아들은 외가로 보낸 후였다.

그는 시신 일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바다에 유기했다. 또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아버지 소유 아파트로 향해 A씨 시신을 또다시 훼손했다. 경찰은 고유정의 진술에 따라 쓰레기 처리장 등을 중심으로 시신 찾기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다.

고유정은 6월1일 충북 청주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현장에서 범행도구가 발견된 데다 고유정의 차량에서 A씨의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1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경찰에 긴급체포 될 당시 “내가 왜”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고유정 (사진=경찰 제공)
수사망이 좁혀오자 고유정은 자신이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범행 이후 A씨 휴대폰으로 ‘성폭행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다. 넌 예나 지금이나 끝까지 나쁜 인간’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또 A씨 휴대폰으로 ‘미안하게 됐다. 고소는 하지 마라’라는 문자를 조작해 자신에게 전송했다.

이후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고유정의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1심과 2심, 대법원은 모두 고유정의 전남편 살해 혐의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고유정은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이와 A씨 면접교섭으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A씨 살해, 사체손괴죄, 사체은닉죄와 함께 의붓아들 C 군(2014년생)을 살해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이 A씨 살해 혐의로 체포되자 남편 B씨는 A씨 살해 84일 전인 3월 2일 자기 아들 C군이 질식사한 일도 의심스럽다며 제주지검에 고유정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C군이 사망하기 전날 고유정이 음료수를 준 점 등이 A씨 사건과 유사하다며 2019년 9월 25일 고유정에게 C군 살해 혐의를 추가했다.

2020년 2월 20일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는 “A씨 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로 살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며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의붓아들 C군 살해 혐의에 대해선 ▲ C군이 자다가 B씨에게 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 고유정이 C군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 등 살해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7월 15일 2심인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2020년 11월 5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019년 9월 고유정이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모습. 이동 과정에서 고유정은 머리카락을 앞으로 내려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했다. (사진=뉴스1)
제주지방경찰청은 2019년 6월5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유정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심하게 훼손하고 유기하는 등 수법이 잔인하고, 범행의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범행 도구도 압수되는 등 증거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조사에서 고유정은 “(얼굴이 공개돼) 아들과 가족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신상 공개에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측도 신상 공개에 따른 고유정의 심경 변화에 주목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찰은 고유정이 신상 공개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해 그가 머무는 유치장에 놓인 TV를 틀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신상공개 사실을 알게 된 고유정은 이후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유정은 얼굴 공개 당시 머리카락과 손으로 얼굴 노출을 차단하면서 유가족은 물론 국민의 원성을 샀다. 유가족 측은 얼굴을 왜 가리냐며 제주동부경찰청장실에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사형 선고를 피해 무기징역형을 받은 고유정은 가석방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다.

이에 사형수는 무기징역과 마찬가지로 평생을 감옥에 갇혀 산다. 그러나 가석방이 불가능해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하는 사형과 달리, 무기징역은 형기 20년을 채우면 가석방이 가능해진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고유정이 세월이 흐른 뒤 사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고유정 사건을 다룬 한 방송에서 “고유정이 교도소에서 식사도 잘하고, 재소자들과도 관계 유지를 잘하며 지내고 있다더라”며 “그런 수준의 감방 생활 중이라면 20년 정도 지나 가석방을 신청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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