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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스테이시 세레신 대표, "마시는 치매치료제 2029년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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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요 기자I 2025.05.22 09:30:28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완전 외국회사의 최초 코스닥 상장’이라는 타이틀에 ‘마시는 치매치료제’ 회사 세레신(Cerecin)이 도전장을 낸다. 지난 2022년 기술성평가 탈락으로 한차례 고배를 마시고 두 번째 시도다. 전과 달리 단일 파이프라인 ‘트리카프릴린’(Tricaprilin) 외에도 두가지 비임상 단계 물질을 추가했다.

앞서 코스닥에 기술특례상장을 이뤘거나 도전했던 해외사들은 모회사가 국내 상장사이거나, 창업자가 한국인이라는 점 등 국내와의 연결고리가 뚜렷했다. 반면 세레신은 창업자, 경영진, 본사 위치 등 하나부터 열까지 외국회사인 점에서 상징성을 가진다.

이데일리는 세레신의 찰스 스테이시(Charles Stacey) 대표(CEO)와 새뮤얼 헨더슨(Samuel Henderson) 최고과학책임자(CSO)를 직접 만나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하려는 이유를 들어봤다.

찰스 스테이시(Charles Stacey) 세레신(Cerecin) 대표와 새뮤얼 헨더슨(Samuel Henderson) 최고과학책임자(CSO)가 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네슬레 60%, 국내 투자자 29% 주주구성

9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스테이시 대표는 “한국 최초의 완전 외국계 상장사가 된다는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세레신은 주주구성, 임상계획, 타깃 치매환자군, 약물 생산처 등 여러 이유에서 아시아에 거점을 두는 것이 옳고,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프로그램은 매출 실현 전 기술경쟁력을 가진 회사에게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시 대표는 “세레신이 연구개발하는 치매치료제 트리카프릴린의 대상 환자군은 APOE4 비보유자(non-carrier)이며 이들의 비례적 인구분포가 아시아권에 더 크다. 또한 전략적 투자자인 싱가포르 윌마(Wilmar)그룹과 말레이시아 아이오아이(IOI)그룹이 아시아에 위치해 있고, 한국 투자자들도 도합 29% 지분을 가진 점에서 코스닥 증시 상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레신의 지분율은 미국 식품회사 네슬레 약 60%, 윌마그룹 약 10%, 국내 투자자 29%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진행중인 400억원 규모 프리IPO 펀딩을 이달중 마무리하면 세부 지분율에는 소폭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스테이시 대표에 따르면 세레신은 2004년 포스코의 투자를 받은게 첫 국내 투자유치였다. 아직도 포스코가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외 KNT인베스트먼트, SK증권, 하나증권,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아르케인베스트먼트, 신한금융투자, IBK캐피탈, KB증권, M캐피탈,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청담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했다. 그간 국내에서만 46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진행 중인 프리IPO에는 80%가량 규모에 BN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나머지는 기존 전략적투자자(SI)인 네슬레와 윌마가 지원할 계획이다.

펀딩 종료 후 내달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타임라인이다. 주관사는 하나증권, 삼성증권이며 공모주는 모두 신주발행으로 진행한다.

2001년 설립된 액세라가 전신

세레신은 2001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헨더슨 박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전신 액세라(Accera)로 설립됐다. 헨더슨 CSO는 ‘과학적 설립자’로, 미국 워싱턴 대학교 생물학 석사, 시카고 대학교 분자유전학 박사를 졸업하고 위스콘신 대학교 발생생물학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액세라는 본래 네슬레의 100% 자회사인 퓨리나(Purina)와 반려동물 인지기능 개선 사료를 개발하던 중 2004년 네슬레 산하 투자법인인 인벤티지스(Inventages)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2012년엔 네슬레 본사에서도 투자를 받았다.

스테이시 대표는 “네슬레는 단순 식품 회사가 아니라 종합 영양 회사다. 땅콩 알러지, 장 질환 치료 등 식품영양과 관련성이 있고 비교적 안전한 R&D, 그리고 큰 인구수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액세라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시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 액세라에 합류했다. 그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신경과학 학사(BSc),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의과대학 학사,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신경의료학 석사, 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했다. 영국 NHS 소속 외과의로 2002년~2009년, 인벤티지스에서 투자자로 2010년~2014년 근무했고 2015년 2월부터 현재까지 세레신 CEO를 맡고 있다.

액세라는 2017년 진행한 임상 3상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받아드는 질곡을 겪었지만 2018년 싱가포르 윌마그룹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세레신으로 리브랜딩했다.

세레신이 코스닥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도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했지만 당시에는 A·BBB 등급을 받아 고배를 마셨다. 국내 바이오텍이라면 통과 커트라인이지만, 외국계 회사는 A·A 등급이 필요했다. 그 사이 핵심 파이프라인인 트리카프릴린(CER-0001) 외에도 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CER-022, CER-081을 각각 외부에서 도입해 확충했다. 작년 12월 기술보증기금과 이크레더블로부터 A·A를 받아 통과했다.

APOE4 비보유자 대상 ‘케토시스’ 뇌 에너지 대사 치료제

세레신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트리카프릴린은 의약품 형태로 개발한 카프릴릭 트리글리세라이드 저분자화합물이다. 당 대체제로 사용될 수 있는 뇌 에너지원 케톤체(ketone bodies)를 공급해 인지기능을 개선 시키는 작용기전이다. 최근 항간에서 가장 많이 탐색되는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기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스테이시 대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APOE4 등 여러 가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약물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항암제에도 여러 임상적 근거의 약물이 사용되는 것처럼, 치매 또한 의사들이 모든 약물을 적절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발병 전 20여년간 무증상으로 조용히 진행되는 점에서 예방목적의 치료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부작용이 심한 약을 무증상인 사람에게 시도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 추가적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겠지만, 트리카프릴린은 안전성이 커 예방의약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트리카프릴린은 경증에서 중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 가운데 APOE4 비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게 특이점이다.

스테이시 대표는 “일반적으로 APOE4 유전자를 가진 이들에게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율이 높지만, 실제 환자 중에는 APOE4 비보유자 비율이 45%~60%”이라며 “트리카프릴린은 임상 2상에서 APOE4 비보유자 대상 인지기능 향상이 컸다. 허가 받는다면 해당 환자군을 위한 정밀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당 비례를 살폈을 때, 아시아권에 APOE4 비보유자 비율이 크다. 특히 한국은 우수한 임상병원과 밀도 높은 인구수, 그리고 모든 치매 환자에 선제적 유전체 스크리닝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타깃 환자를 확보하는 게 용이한 주요 임상국”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 글로벌 임상 3상 시작·2029년 상용화 계획

코스닥 상장을 통해 공모조달한 자금은 트리카프릴린의 임상 3상과 글로벌 상용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스테이시 대표는 “지금까지 트리카프릴린 개발에 약 2억 달러(3000억원)를 투입했고 상용화까지 1억 달러(1400억원)를 추가 투입해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 연말부터 시작할 임상 3상은 글로벌 80개 사이트에서 535명의 환자를 모집한다. 대상국가는 호주, 싱가포르, 한국, 캐나다, 미국을 확정했고 잠재적으로 대만과 영국에서도 진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환자 1명당 임상개발비로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8년까지 3상을 마무리하고 2029년 미국 FDA를 시작으로 글로벌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전세계적으로 2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고 2040년까지 유효하다. 추가 특허 출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임상 단계에 있는 후속 파이프라인 2종의 R&D도 병행한다. 지난 2023년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에서 기술도입한 CER-022과 2024년 보스톤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에서 기술도입한 CER-081이다.

CER-022은 케톤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방사성 리간드다. 케톤체 대사를 측정할 수 있고 신경과, 심장내과 및 항암 분야 진단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CER-081은 정맥주사 제형의 베타-하이드로뷰티레이트 용액이다.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심부전 등 급성 환자를 대상으로 정맥에 주사해 케톤을 즉각적으로 공급한다. 기존 경구제형 트리카프릴린에 더불어 병원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테이시 대표는 “세레신의 상장 기업가치는 치매 치료제 임상 3상을 수행하는 바이오텍들과 비교해 산정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아리바이오, 해외 알지온(Alzheon), 엔케이젠바이오텍(NKGen Biotech), 프로티나(Prothena), 애너백스(Anavex Life Sciences) 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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