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에 따르면 심장질환 환자는 2018년 대비 2022년 환자 수가 19.9%(연평균 4.6%) 증가했고 동기간 진료비는 1조 8329억원에서 2조 5391억원으로 38.5%(연평균 8.5%) 상승했다. 대부분 심장질환의 환자는 50대 이상이지만 10~20대 연령에서 환자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점도 주목됐다. 특히 혈압, 당뇨, 뇌졸중 등 다양한 질병이 부정맥과 관련성을 보여 심전도 측정을 통한 부정맥 진단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다수의 스타트업이 웨어러블 심전도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통적 방식으로는 환자가 병원에 내원해 단시간 병상에 누워 심전도를 측정했다면, 이제는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 및 홀터를 달고 수일간 생활해 보다 정확도 높은 데이터를 의사에 제공할 수 있다.
가장 연혁이 긴 회사인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가 작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이뤘고 후발주자들도 속속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다만 규제기관 측은 심전도 시장을 포화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 두 개 이상의 상장사가 나올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선 상장 속도전이 펼쳐지는 상황이다. 당장 기술성평가 경주에 뛰어든 주자는 휴이노, 에이티센스, 메쥬다.
이들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데일리가 각기 회사의 상황과 성장전략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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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필수적인 기술성평가 단계에 진입한 회사는 휴이노, 에이티센스, 메쥬다. 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기관(TCB) 두 곳에서 A,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휴이노는 앞서 2023년 BBB, BBB 등급으로 고배를 마시고 올해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에이티센스는 최근 BB, BBB 등급으로 미끄러졌고 메쥬가 현재 평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매출이다. 최근 까다로워진 상장 문턱에 따라 기평단계에서부터 1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비상장사들에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실이 그렇다. 매출 증대를 위한 각 회사의 전략은 각각 △디바이스 사용기간 연장 △해외시장 침투 △병원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최근 아쉽게 기평에 탈락한 에이티센스는 주요 4사 가운데 가장 해외 침투율이 높다. 작년 매출로 직전연도 대비 82% 늘어난 32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28%인 10억원가량이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기평 탈락 후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초 부정맥 14일 분석 소프트웨어 ‘에이티리포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획득했다. 미국 매출을 일으켜 해외 기반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경쟁사인 휴이노, 메쥬는 아직 해외 진출 전이고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작년 2억원에 못 미치는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
에이티센스는 이번 기평에서 주력제품인 에이티패치에 들어가는 바이오센서 칩이 자회사 애트랩의 기술이라는 점을 지적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에이티센스가 애트랩 지분 44.8%를 보유해 지배력을 가졌음에도 발목을 잡았다.
강민철 에이티센스 CFO는 “전세계에서 일회용으로 14일 연속 검사가 가능한 심전도 기기는 미국 아이리듬사의 지오패치와 당사의 에이티패치 뿐이다”며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1.76%에 불과하다. 에이티센스는 매출 90%를 해외에서 달성하는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기술성평가 결과를 받아들 곳은 메쥬다. 지난 4월 기술성 평가를 신청했다. 패치 판매보다 매출 폭이 큰 환자 모니터링 시장 쪽으로 눈길을 돌린지 3년째다. 수술 후, 또는 투석 중이거나 응급실에 있는 환자들에게 패치를 착용시켜 병원 내 컨트롤타워에서 생체신호를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돕는다. 매출은 경쟁사 중 가장 작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8% 줄어든 23억원이었다.
주영일 메쥬 CFO는 “작년에는 의정사태로 인해 대형 상급병원들의 예산 책정이 안되어 매출이 역성장했다. 올해엔 현재 300군데 정도 판매가 된 상태고 대량의 납품이 예상된다”며 “특히 신촌세브란스 전병동 모니터링 계약에 여러 업체 가운데 메쥬가 가장 먼저 POC(실증임상)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이노 또한 기술성평가 재도전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2년 전 고배를 마셨을 때엔 연매출이 3억원대였다. 작년 매출은 훨씬 불어난 40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로는 19% 늘어났다. 금융비용이 1/3배로 대폭 줄어 전년도 300억원 순손실에서 150억원 순이익으로 흑자전환했는데, 이는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평가손실로 인한 회계적 착시로 풀이된다.
휴이노는 국내 심전도 회사 가운데 가장 투자금이 많이 쏠린 회사인 만큼 주목도가 높다. 비상장 단계에서 약 9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마지막 펀딩에서 3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추가 펀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도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휴이노는 이달 14일 입원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메모큐’의 하드웨어인 ‘메모밴드’의 식약처 허가를 취득했다.
박대성 휴이노 CFO는 “휴이노는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 분야를 가장 먼저 개척한 기술기업으로 보험수가 확보를 리드했다. 병원 모니터링 사업 프리마케팅을 진행 중이고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어스테크놀로지, ‘1호 상장’ 본보기
이들 후발주자들의 사업개발에 있어 앞서 상장한 씨어스테크놀로지의 퍼포먼스는 중요한 본보기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파트너사인 대웅제약(069620) 주도하에 공격적으로 국내 영업망을 확장했다. 현재 홀터 디바이스의 경우엔 국내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기기를 기반으로 입원환자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의 76.17%인 30억원이 입원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에서 발생했다. 이는 작년 한해 씽크로 낸 41억원 매출을 금세 따라잡을 수치다. 작년 전체매출은 직전연도의 4배 증가한 80억원이었고 이번 1분기에만 벌써 40억원 매출을 기록해 올해엔 더욱 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흑자 달성은 아직이지만, 손실폭이 유의미하게 줄었다. 올 1분기 영업손실은 5억원으로, 전년동기 25억원에서 큰 폭으로 개선했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상장공모가로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1만7000원을 책정, 공모조달로 221억원을 확보했다. 상장 당시 시총은 2083억원이었고 16일 현재 1945억원 수준의 시총을 형성하고 있다.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순환기내과 학회는 국내 홀터 서비스를 대상자들로 1000만명을 얘기하지만, 1년에 수가 처방을 받는 환자 수는 아직까지 50만명에 그친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작년부터 건강검진에 홀터 서비스를 개척했고,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관계로 성장성은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병상 수가 70만개다. 아직 씨어스는 만개 병상도 못했다. 씽크가 1분기에 3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이는 2000개 병상 수준이다. 의대 정원 사태나 병원 간호사 수가 턱없이 모자란 상황에서 자동화된 스마트 병동에 대한 정부정책이 호의적이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심전도 시장이 커지려면 원격환자 모니터링 시장이 열려야 한다”며 “심장내과의 부정맥 전문의가 굉장히 적다. 이들이 하루에 만날 수 있는 환자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적 제약이 크다. 이런 부분이 정책적으로 풀리게 되면 시장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