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형사 처벌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암참)는 한국이 글로벌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책임 리스크’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 포럼에서 “주요 국가 대비 이례적으로 높은 최고경영자의 형사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지엠(GM)의 카허 카젬 전 대표는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법무부를 상대로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소송을 내기도 했다.
형사 책임에 대한 불만은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3년 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이다. 귀걸이, 코걸이 식 배임죄 또한 문제다. 배임죄는 형법, 상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줄줄이 열거돼 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622조)는 이사 등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 마당에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배임죄 소송 남발로 전략적인 장기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는 묵살됐다.
기업인들이 투자에 앞서 감옥 갈 걱정부터 한다면 제대로 된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달 초 한국경제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배임죄 폐지 등에는 일정부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립 서비스가 아니길 바란다.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기업이 살고 나라가 산다. 과도한 형사 처벌은 급기야 통상 마찰 이슈로 떠올랐다. 차제에 한국 특유의 고질적 병폐를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