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탕에는 파이를 독식하지 않고 “성과 있는 곳에 임직원 보상있다”는 양사 창업자의 확고한 경영철학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런 문화 덕에 양사 모두 기술수출에 있어 독보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이직이 유독 잦은 바이오 벤처업계에서 이들 기업은 이례적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4년을 넘어설 정도로 안정적이다. 파격적 보상정책이 직원들의 회사 로열티를 높이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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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어느새 시총규모 4조원 회사로 커진 리가켐바이오는 기술이전 계약 16건을 이뤄 누적 총계약 규모가 9조 6576억원에 달한다. 실수령 선급금 중 공개된 것만 1609억원이다.
회사의 첫 기술이전 계약은 2009년 GC녹십자 대상이었고, 2015년부터는 매해 한 건 이상의 기술이전 성과를 규칙적으로 내고 있다. 전임상 단계 물질을 조기에 기술이전하는 전략을 채택해, 자체 연구개발(R&D) 비용 절감 및 빠른 매출 실현을 노렸다. 지난 2022년부터는 자체적으로 임상 개발을 진행하는 단계로 성장했다.
아직 연간으로는 영업적자지만, 규칙적인 L/O 실현 덕에 매출은 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6% 늘어난 515억원, 영업이익은 약 4배 늘어난 113억원이었다. 순이익은 약 3배 늘어난 264억원을 기록했다.
기술이전 성과에 걸맞게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나누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성과에 직접 기여한 이들 뿐 아니라 전직원에게 보상을 나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정책이며 직원들과 꿈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아 ‘드림셰어’(Dreamshare)라고 부른다.
상장 바이오텍 중 스톡옵션 제도가 가장 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간 신주발행 형태로 누적 9.2% 지분율에 해당하는 규모의 스톡옵션을 임직원에 나눠줬다. 2019년부터 매해 2회 이상의 스톡옵션 부여를 진행하고 있고 누적 21회에 걸쳐 총 111만여주를 부여했다. 평균행사가는 4만2219원이다.
행사하지 않고 퇴사한 임원을 제외하면 직원을 대상으로는 그간 모두 19회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직원 1명이 이 기간 지속 근무하면서 매회 스톡옵션을 부여받았을 경우 13일 종가 10만8900원 기준 누적으로 무려 43억원의 차익을 거머쥘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2020년 4월 진행한 4회차 스톡옵션에 한해서, 당시 행사가 2만2200원에 2만2000주의 스톡옵션을 받고 전량 행사한 2명의 직원은 13일 종가 기준 평균 9억5000만원의 매도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행사가 3만6350원에 42만9880주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직원 77명의 행사기간은 내년 3월 도래하고, 회사가 현재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기만 해도 평균 4억원의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일까. 리가켐바이오는 퇴사율이 굉장히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6년 69명이던 직원수는 작년 기준 170명으로 불어났다. 신규합류 직원까지 반영한 평균근속연수가 4년 이상이다.
신주발행 스톡옵션이 오너의 지분희석으로 이어지는 점은 주목된다. 작년 3월 최대주주가 김용주 대표에서 오리온(271560)으로 바뀌고 이제는 자사주를 활용해 임직원에 보상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신주발행을 통한 스톡옵션은 지분희석이 있으니 당연히 최대주주인 오리온에게도 영향이 없지 않다”며 “리가켐은 이미 2년 전부터 자사주를 장내매입 해 직원보상에 활용하는 방향을 고려했다. 올해부터는 구주를 스톡옵션으로 주고 있다. 오리온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과 한국의 바이오텍 연봉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우수한 인재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입사 1년 후부터 근속연수와 비례해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CFO는 “일반적인 바이오텍의 지속적인 적자구조에서는 신주발행 형태의 스톡옵션 부여가 옳다. 현금은 R&D에 쓰는게 회사 미래에 더 좋기 때문”이라며 “현재 리가켐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현금을 6000억원 이상 보유했고 흑자달성을 앞두고 있다. 직원 인센티브 규모와 의미는 그대로 유지하되 구주 교부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가켐바이오는 2023년부터 자기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올 4월 처음으로 스톡옵션 행사자들에게 신주발행 대신 자사주 교부 형태로 보상했다. 현시점 리가켐바이오는 전체발행주식수의 0.54%에 해당하는 19만8476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1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직원 보상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자사주를 장내매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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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제-항체 접합체(DAC) 기업 오름테라퓨틱(475830)은 단 2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실수령금 1559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올 2월 코스닥 증시에 상장했으며 해외법인까지 합한 인력은 50명 내외다. 오름테라퓨틱 또한 R&D 인력의 평균 근속연수가 4년을 상회한다.
오름테라퓨틱의 직원보상 정책인 ‘패스파인더’(Pathfinder)는 퇴사한 연구원에게도 보상을 지급하는 내용이 이례적이다. 재직 당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뒤늦게 기술이전 결실을 맺게 되면 퇴사자에게도 성과급을 전하고 있다. 법적으로 발명자는 퇴사해도 보상하게 되어 있지만, 발명자가 아닌 공헌자에게까지 보상하는 기업은 오름테라퓨틱이 업계에서 유일하다.
퇴사자 대상 보상문화는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의 의견이 강력히 반영됐다. 신약개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가능성의 발단을 만든 이들 모두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정작 이 대표 본인은 성과급을 사절하고 직원들에게 모두 공을 돌린 바 있다.
이데일리에 이 대표는 “보통의 회사는 올해 한 일에 대해서, 1년 단위로 직원 보상을 진행한다. 이는 신약개발과 어울리지 않는 보상체계다. 올해 디자인한 항암제가 임상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최소 5년 후에야 알 수 있다. 만일 올해 목표를 ‘항암제 1개 디자인’으로 설정하면 단기성과에 매몰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름을 창업할 때는 혁신 신약 시스템에 최적화된 완전히 새로운 인사제도 시스템을 세우겠다고 결심했다. 다만 보상을 5년 뒤로 약속하면 그 사이 퇴사할지도 모르는 직원들이 집중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직여부와 무관하게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신약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오름테라퓨틱 또한 리가켐과 같은 전직원 보상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는 “골을 넣는 농구선수에게만 보너스를 주겠다고 하면, 패스를 하지 않고 자기가 다 넣으려고 한다. 누가 골을 넣던지 전체보상을 약속하면 나보다 더 잘할 사람에게 패스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패스파인더 정책은 오름테라퓨틱의 첫 기술이전이 발생한 202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2023년 10월 BMS 대상 ‘ORM-6151’ 기술이전으로 총계약규모 2435억원의 55%에 해당하는 1352억원을 선급금으로 수취했다. 계약 당시 개발 진행 단계는 전임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 바이오텍에서 전례 없는 선급금 규모다. 이어 2024년 7월 버텍스파마슈티컬에 TPD²분해제 페이로드 원천기술을 기술이전해 207억원을 수취했다. 총계약 규모는 비공개했다.
오름테라퓨틱은 2018년 8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총 19회에 걸쳐 255만여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고 평균행사가는 6751원이다. 이 중 구분 가능한 퇴사 임직원을 제외하고, 한명의 직원이 매회 부여받았다고 가정하면, 13일 종가 1만7820원 기준 누적 23억원의 차익을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