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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하기 힘겨운 상황 속에서 그녀가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어 헤어졌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집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집에 가지 못해 별거가 시작됐습니다. 실수한 것을 깨닫고 아내에게 용서를 빌었지만 아내는 당분간 이대로 지내자고 했습니다.
저에 대한 아내의 원망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외도를 이유로 계속해서 심하게 질책하고 가족들에게 외도사실을 알려 저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입니다.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저도 사람인지라 끊임없는 비난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저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제 뜻대로 이혼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저희 두 사람은 관계가 더욱 악화됐습니다. 그렇게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지낸지 2년이 넘었습니다. 아내와는 연락이 끊겼고 초등생 아들하고만 문자로 연락하고 가끔 만나는데요. 아무래도 이 상태로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습니다. 이혼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사연자의 외도로 2년 째 별거 중이고 이혼을 원하고 있어요?
△사연자의 외도로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2년간 별거 중인 상황입니다. 외도가 발생하기까지 여러 사연은 있겠지만, 법원은 가정불화의 결정적 원인을 남편의 외도라고 판단해 사연자인 남편을 유책배우자라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대법원은 전통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배척해 왔고, 유책주의에 관한 판결이 아직 변경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이 이혼청구를 하더라도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예외 사유로 허용되는 경우는 없을까요?
△법원은 몇 가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 배우자가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지만 내심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혼인 계속과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장기간 별거로 유책성이 희석된 경우입니다.
-사연자의 경우는 어떤가요?
△아내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열어주지 않은 행위, 남편을 비난한 행위, 가족들에게 외도 사실을 알린 행위는 남편의 외도라는 유책행위에 대한 분노, 실망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만으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 이혼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또한 2년의 별거 기간이 유책성을 희석시킬 만큼 충분한 장기인지도 의문은 있습니다. 15년 이상 별거한 사례에서 법원이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판단한 경우는 있습니다. 사연자가 아내와 자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혼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막연히 2년 간 별거하다가 이혼 소송을 한 경우라면 더더욱 남편의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판단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유책배우자 입장에서 이혼을 고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는 불허하지만, 일방적 축출이혼의 위험이 없는지, 이미 파탄 상태가 굳어져서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볼만한지, 유책성이 충분히 줄어들었는지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 예외적으로 인용하기도 합니다.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예외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유책배우자의 잘못,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등의 요소를 고려합니다.
유책배우자 입장에서 이혼을 고민한다면, 비록 잘못은 했으나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정과 별거 기간에도 배우자에 대하여 생활비 지급과 위자료, 재산분할 지급 등 충분한 보호나 배려 의무를 다한 사정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유의하시고 조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