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 이수앱지스(086890), 셀트리온(068270), 휴젤(145020) 등은 MENA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거나 진출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트레이드아라비아(TradeArabia) 보고서에 따르면 MENA 지역의 제약 시장은 2025년 약 600억달러(8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UAE)다. 북아프리카의 거대 시장인 이집트와 알제리도 시장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MENA 지역의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 요인으로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 기대 수명의 증가, 당뇨병과 같은 생활 습관병의 유병률 증가, 그리고 해당 지역 정부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우선순위 강화 등이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주요국은 높은 1인당 국민소득 및 급속한 도시화, 의료관광 성장 등으로 시장 잠재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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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2025~2033년 기준 10.46%로 매우 높다. 스킨케어 디바이스로 한정했을 때도 연평균 성장률은 8.6%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MENA 지역에서 미용의료기기 수요가 큰 이유는 젊고 디지털 친화적인 인구 구조가 꼽힌다. 실제로 MENA 지역에서는 30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약 55%로,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미용·뷰티 트렌드 민감도가 높다. 아울러 강한 햇빛, 건조 열기 등 기후적 특성 때문에 색소질환, 노화, 기미·주근깨 등 피부 고민이 많아 관련 시술과 장비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종교적인 영향 등으로 성형 수술보다는 비수술 및 저침습 등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적은 미용기기 시술에 대한 선호와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MENA 지역은 자체로도 충분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이 있다는 점에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있는 만큼 중동에서 임상 데이터와 유사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MENA의 여러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등록을 마치면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대응 시 ‘다국가 허가 경험’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K바이오의 MENA 파트너 ‘타북’
한미약품과 이수앱지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 타북을 통한 MENA 지역 공략에 나섰다. 타북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 제조, 유통하고 있으며 사우디 내 제조 시설에서 유명 해외 파트너사의 의약품을 생산한다.
타북은 사우디아라비아 뿐 아니라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도 영향력이 크다. 타북·담맘 지역에 위치한 최첨단 제조시설과 수단·알제리에 있는 시설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타북은 중동 및 아프리카 17개국의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직원수는 2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타북과 한미약품의 대표 품목들을 MENA 지역에 수출하기 위한 독점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타북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혁신 전문의약품 여러 품목을 현지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우선 진출 품목은 비뇨기 분야 제품, 항암 분야 바이오신약 등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타북을 통해 MENA 지역에 진출한 제품과 관련해서는 언급하기 이른 단계”라며 “이후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은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수앱지스는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질환인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 품목허가를 획득한 이후 이란, 페루, 콜롬비아 등에서 추가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2021년에는 알제리 중앙병원약제국(PCH)이 진행한 고셔병 치료제 입찰에서 1순위 낙찰사로 선정되면서 14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인 2022년에도 1순위 공급자로 선정됐다. 이어 2023년과 2024년에도 중앙병원약제국과 각각 80억원, 12억원 규모의 애브서틴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이수앱지스는 2023년 12월에는 ‘애브서틴’ 이라크 판매를 위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지난해 말 품목허가와 동시에 이라크 의약품공사(KIMADIA)의 고셔병 치료제 국가 입찰에 낙찰됐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에는 타북과 사우디 지역 독점 라이센싱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애브서틴을 통한 매출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식약처가 발표한 2024년 원료의약품 생산실적 통계를 살펴보면, 애브서틴 원액 생산실적은 2021년 381억원에서 2024년 262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그동안 알제리 지역 중심으로 애브서틴이 판매됐다면 지난해에는 타북과 사우디 지역 판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출 다각화 위한 진출도
셀트리온 그룹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23년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를 통해 MENA 지역에 진출했다. 현지 파트너사는 중동 1위 제약사인 ‘히크마’(Hikma)로 요르단, 모로코 등 MENA 지역 17개 국가에서 베그젤마 공급을 위한 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베그젤마 외에 코이볼마(CT-P43,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판매 계약도 함께 진행하면서 MENA 지역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MENA 시장은 셀트리온에게 글로벌 브랜드 확장, 수익 다변화, 신흥 시장 리더십 확보의 의미를 갖는 전략적 시장으로 향후에도 중요한 성장축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들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대표적인 파머징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미용의료기기 시장 강자인 휴젤은 MENA 지역을 주요 시장으로 꼽고 무대를 넓히고 있다. 휴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유럽, 중국 등 빅마켓에서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현지 제품명 레티보) 품목 허가를 획득한 상황이지만, 시장 잠재력 뿐 아니라 매출 구조 다변화를 위해 MENA 지역 판매에 뛰어들었다. 휴젤은 지난해 MENA 지역에서 보툴렉스 품목 허가를 획득했으며 올해 5월에는 UAE에서 공식 출시됐다.
휴젤의 MENA 지역 파트너는 메디카 그룹이다. 메디카 그룹은 UAE 본사를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레바논 지사를 운영하며, 약 30개 이상의 글로벌 미용의료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는 등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메디컬 에스테틱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핵심 지역”이라며 “차별화된 제품력과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시장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북아프리카를 넘어 중앙아프리카인 케냐를 ‘글로컬라이제이션’ 거점으로 삼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세운 핵심 성장 전략 중 하나로, 백신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에 R&D 및 생산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백신 자급이 어려운 국가를 도우면서 자체 백신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적합한 곳으로 분석된다. 아프리카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에서 투여되는 백신 중 현지 생산되는 비중이 1% 미만에 그쳐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범국가적 차원에서 아프리카 CDC 산하 ‘아프리카 백신 제조 파트너십’(PAVM)을 결성한 CDC는 2030년까지 백신 수요의 30%를, 2040년까지 60%를 각각 현지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 수혜가 기대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케냐 지역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있지는 않으며 진출을 위한 지속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