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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돌사고로 기록됐지만 사실상 충돌사고나 마찬가지였는데, 뒤를 받힌 116호 특급열차가 돌발상황으로 후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116호 열차는 건널목 위의 오토바이와 부딪히며 급정거했고, 기관사는 열차를 후진시켜 사고 현장을 확인하려고 했다. 불행하게도 이때 경산역에서 116호 열차에게 먼저 길을 내준 302호 보급열차가 2분 뒤에 출발해 사고현장에서 후진 중인 116호 열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사고로 302호 기관차가 116호 열차 8~9호 객차를 밀치고 7호 객차 위로 타올라 가면서 그대로 뭉개 버렸고, 이 때문에 희생자 대부분은 116호 열차 7~9호차에서 발생했다.
사고 조사 결과 이 사고 역시 인재에 가까웠던 것이 드러났다. 먼저 건널목 경보기를 무시하고 건널목에 진입했다 사고를 낸 오토바이 운전자가 있었다. 운전자는 건널목에서 사고를 낸 뒤 후속 조치 없이 동승자와 도주했다. 뒤늦게 자수한 이 운전자는 징역 1년 6개월 선고를 받았다.
116호 열차 승무원들 역시 오토바이 사고를 확인하기 위해 퇴행한 사실을 관제소에 알리지 않아 사고를 자초했다. 열차 사고에서 정상 주행을 실패한 열차가 후행 열차를 생각지도 않고 이를 관제소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뒤에 오던 302호 열차 기관사 역시 신호기의 적색신호를 보고 급정거에 대비했어야 하나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고속 주행을 중단하지 않았다. 결국 양 열차 기관사와 부기관사 등이 모두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기관사들의 실책 외에 이미 80년대부터 수송밀도가 높았던 경부선의 열악한 인프라 역시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선로 확충도 없이 편성만 늘리다보니 언젠가는 사고가 날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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