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이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대해서도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군사력은 자국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에 집중하고 동맹국의 안보는 각국이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는 미국 정부의 전략지침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동맹국의 입장에서 그렇게 하려면 부담이 엄청나다는 데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방비 지출을 늘릴 필요성을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미국의 GDP 대비 5% 기준 제시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나토의 기존 자체 기준 2%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현재 1.24%로 나토에서 가장 낮은 스페인은 예외 적용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도 난색을 드러냈다. 이 비율을 현재의 1.8%에서 2027년 2.0%로 올릴 계획을 갖고 있던 일본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우선 이 목표치를 3.5%로 더 올리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은 다음 달 1일 1년 만에 열릴 예정이던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취소하는 조치로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로서도 큰 부담이다. 우리 국방 예산은 올해 61조 2469억원으로 GDP 대비 2.3% 정도다. 미국이 제시한 5% 기준대로면 그 두 배가 넘는 130조여원으로, 일본처럼 3.5%가 중간 목표치로 적용되면 93조여원으로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 저출생·고령화로 급증하는 복지비용과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투자 수요 등으로 그러잖아도 빠듯한 국가 재정으론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의 압박을 우리 나름대로 국방비 지출 구조 재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안보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주국방 기반을 확충하는 것은 불가피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25년 사이 정부 예산 중 국방비 비중이 16%에서 13%로 축소된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해 봐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등 무력 강화에 대응해 무기 첨단화 투자를 늘릴 필요도 있다. 하지만 국방비 지출의 적정 규모와 세부 항목에 대해 우리가 먼저 판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다음 원자력과 조선 등 산업 협력 방안과 아울러 대미 협상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