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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달 살기' 떠난 일가족, 완도 바다서 싸늘한 주검으로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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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나연 기자I 2025.06.26 00:00:10

초등생 일가족 3명 실종 사건
학교에 ''농촌 한 달 살기'' 신청
승용차로 완도 간 후 행방 미궁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2년 6월 26일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집을 나선 광주광역시 한 초등학생 일가족 3명이 전남 완도에서 행적이 끊긴 뒤 행방이 묘연해지자 경찰이 실종경보를 발령했다.

조유나(10) 양이 어머니 등에 업혀 펜션에서 나오는 모습. 오른쪽은 조 양의 아버지. (사진=YTN 보도 화면 캡처)
이들의 실종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챈 건 학교였다. 조유나(10) 양은 실종 직전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농촌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학교에 한 달간의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그런데 체험학습 기간이 끝났음에도 조 양은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이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광주 남부경찰서에 아동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조 양 가족이 교외체험학습 기간에 제주도가 아닌 완도의 한 펜션에 머물고 있었던 사실을 파악했다.

조 양 가족은 5월 29일 오후 2시께 승용차를 타고 고금대교를 건너 완도로 입도했다. 이틀 뒤 오전 4시께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일원으로 이동했으며 이곳에서의 생활반응을 끝으로 행적이 사라졌다.

경찰은 조 양 가족의 행적을 확인할 단서가 없어 수색에 난항을 겪게되자 조 양의 실명과 사진, 가족이 사용한 승용차의 차종, 번호를 공개하며 제보를 접수했다.

해경 역시 공조 요청을 받아 마지막 생활반응이 나타난 송곡항 일원에서 헬기와 연안 구조정 등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관계자가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색 작업 일주일만인 6월 28일 이들의 마지막 생활반응이 감지됐던 완도 송곡항 인근 바다에서 조 양 아버지 조모(36) 씨의 은색 아우디 차량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량은 뒤집힌 채 트렁크가 열려 있었고 차량 틴팅이 어둡게 돼 있어 내부에 사람이 탑승했는지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

경찰과 해경은 수중에서 차 문을 열면 탑승자의 소지품 등 내부 증거물이 유실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차량 전체를 그대로 인양했다.

차 안에서는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전석에는 성인 남성이, 뒷자석에는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로 추정되는 시신이 부패해 있었다.

인양 당시 차량 지붕과 앞유리가 파손됐으나 다른 차와의 사고로 추정할만한 충격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트렁크를 제외한 차 문은 모두 닫혀 있었으며 탑승자가 내부에서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시도한 정황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이 조 양 부모의 포털사이트 활동 이력을 분석한 결과 ‘익사 고통’ ‘수면제’ ‘가상화폐’ ‘방파제 추락 충격’ ‘완도 물 때’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검색한 것이 확인됐다.

조 양의 부모는 무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양 아버지가 컴퓨터 판매업을 했으나 2021년 말 폐업했고 이후 별다른 경제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투자한 금액에 비해 금전적 손해만 봤고, 금융기관과 카드사 등에 부채 역시 1억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 양 부모는 2020년부터 광주 한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 양 어머니는 불면증과 공황장애를 호소해 의료기관 처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 투자 실패, 우울증 등으로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경찰은 조 양 일가족의 차량 분석 결과, 외부 충격 흔적이나 고장 등 기계적 특이점 미식별 등을 이류로 해당 사건이 극단적 선택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는 “외부적 충격을 추정할 만한 특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제동 불능 등 기계적 특이점도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양 일가족 부검 결과에서는 가족들 모두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다만 부패가 심해 사인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조 씨 부부가 어린 조 양을 숨지게 한 만큼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조 씨 부부도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이 없어 해당 사건은 종결됐다.

당시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의한 아이 생명권이 박탈된 아동학대 범죄로 아이 생명권에 대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가 자녀를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의 ‘2024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2020년~2024년 국내에서 아동 202명이 보호자나 부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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