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체제 수호를 위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겨냥하며 “그의 철학과 이념은 본질적으로 반자유, 반시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당 독재 성격을 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오르게 되면 자유민주주의는 형체조차 남지 않을 것”이라며 “흔들리고 있는 헌법 질서, 자유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최근 국제사회에서도 이른바 ‘체제 전쟁’ 양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어렵게 지켜온 자유의 토대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맞서 누군가는 마지막 방어선이 되어야 한다.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 자유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정치만이 블록화가 심화되는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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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후보는 자신이야말로 민주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가장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인물이라며 출마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초격차 기술과 신산업을 외치던 나라는 과거에 멈춰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성장과 통합을 말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과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나경원이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현장에서 정치해온 사람도 나경원”이라며 “서울 동작을이라는 당의 험지에서 5선을 했다. 과거 김문수 후보가 당의 요청에도 ‘험지’라는 이유로 출마를 고사한 사례와는 다르다”고 언급하며 정치적 연륜을 강조했다. 실제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윤석열 정부 초반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중도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 후보는 “보수 가치를 이야기하면 극우로 몰린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데 주저해서 당이 위축되고 몰락해 온 것”이라며 “그래서 이번 선거는 체제 전쟁이다. 국민에게 비전과 믿음을 주기 위해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도층 공략의 해답 중 하나로 나 후보는 ‘국민을 보듬는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중도층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택하는 유권자다. 지금처럼 성장, 실용, 안보, 경제가 중요한 시기엔 우리가 가진 이념과 가치로 대한민국 미래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예비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나 후보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이재명 일당독재를 막기 위해 마음을 열고 연대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나 후보는 김문수 후보와 청년·노동 문제를 논의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는 ‘약자 동행’ 정책의 전국 확대 구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사회통합 비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갈등 조장에서 비롯된 분열은 탄핵 국면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결국 이를 통합하는 것은 정치와 정책”이라며 “‘국민 퍼스트, 국익 퍼스트’라는 슬로건으로 국민 중심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 행복도가 높아진다면 사회통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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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후보는 경제와 안보, 성장, 실용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G5 경제 강국, 1·4·5 프로젝트’를 통해 2045년까지 잠재성장률 1%포인트 상승,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5대 경제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100조 원 규모의 미래성장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핵 주권’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무장과 관련해선 “북핵 폐기를 위한 수단으로 핵무장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점도 거론하며 “우리는 이에 대응할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UN 제재 우려에 대해선 “무조건적인 핵무장이 아닌, 미국과의 사전 논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현실적 대응을 강조했다.
출산정책과 외국인 정책에서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K-헝가리 저출산 정책’을 통해 신혼부부·출산부부에 대한 저금리 주택대출·원금 감면을 약속했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차등임금제’를 도입해 가사·육아 분야에서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간병인 99만 원 시대’와 ‘상호주의 외교’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차등임금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11호 탈퇴를 기반으로 한다. 나 후보는 현재 한국이 ILO 협약과 최저임금을 동시에 적용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과도한 임금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일본이 111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것도 근거로 들었다.
이와함께 “상호주의 외교”를 통해 한미 동맹을 반도체, 인공지능(AI), 우주, 원전 등 첨단 기술 동맹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교류를 내세우며 관세 문제 등도 직접 담판 짓겠다고 했다. 동시에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선거권, 부동산 소유, 건강보험 이용 등에 대해 “불합리한 특혜”라며 원천 차단 의사를 시사했다.
나 후보는 “이념이 밥이고, 자유가 돈”이라고 표현하며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 하향 검토 이유로 유력 대선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지적했다. 이는 국가부채를 늘리고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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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된 ‘윤심팔이’ 발언에 대해 나 후보는 “선긋기가 아니라, 그런 행태가 옳지 않다는 문제 제기”라며 “그런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대선의 중심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대통령이 계속 탄핵당하고 조기 대선이 반복되는 상황은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를 대한민국 3대 헌법 가치로 꼽은 나 후보는 “윤 전 대통령 구속 과정에서 서부지법과 중앙지법의 상반된 결정은 ‘좌파 사법 카르텔’의 작동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차출론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은 왜 늘 ‘기승전 용병’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선 이후에도 후보로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논의할 문제지,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용병에 회의적인 건 맞지만,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선거다. 입법·사법·행정을 장악한 견제 없는 권력의 탄생을 막기 위해선 상상력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