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주 4.5일 근무제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주 국정기획위원회에 주 4.5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법정근로시간이 현행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어든다. 국정기획위는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손질하고 있다. 주 4.5일제는 이 대통령의 핵심 노동공약인 만큼 우선 과제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04년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계기로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1752시간)보다 120시간 길다. 따라서 새 정부가 워라밸 중시 차원에서 노동시간을 더욱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다만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대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당장 기업들은 인건비가 부담이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의 대전제는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일을 짧게 해도 성과만 같다면 근로시간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불행히도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노동생산성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 마당에 일하는 시간마저 줄이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과도 충돌한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뜯어고치고 경직된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것은 인재 풀(Pool)을 잘못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능한 사람을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하지만 우리는 연공서열, 학연, 순환보직의 벽에 갇혀 있다. 월등한 노동생산성 덕에 미국 경제는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설령 주 4.5일제를 하더라도 법으로 일괄 강제하기보다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순리다. 노동시간 단축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