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은 지난 22일 대법원 소부 배당 당일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당일 첫 심리까지 이뤄졌다. 이후 불과 이틀 만에 두 번째 심리를 여는 등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처럼 신속하게 전원합의체를 가동한 전례는 드물다. 대법원은 선거 관련 사건의 신속처리 원칙에 따라 법정기한 내에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2심 및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가 있는 날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 중 이 전 대표가 그와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이른바 ‘골프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1심은 유죄(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그리고 그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 내용과 시기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대선 전 상고기각 선고가 내려지면 이 전 대표는 법적 장애 없이 대선을 치르게 된다. 반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단시 대선 후보 자격은 유지 가능하지만 사법 리스크 부담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대선 이후엔 대통령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등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에 “정치권이 법원의 판결에 대한 예단이나 압박을 자제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사법부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여겨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0년 부시-고어 대선 소송에서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법리적 판단을 우선시했다. 이 판결은 미국 사회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복원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 대표 선거법 사건 상고심은 우리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보다 법리적 판단을 우선시하되 불필요한 지연 없이 적절한 시점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선거법 위반 사건에 중요한 선례가 될 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죄의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법리적 판단의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이 판결의 정당성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이번 상고심은 단순한 한 건의 사건 처리를 넘어 정치와 사법의 경계에서 사법부가 어떻게 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과 용기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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