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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줄며 돈줄 말랐다…중견건설사 올들어 한 달에 한 곳 이상 법정관리

최정희 기자I 2025.04.07 05:05:00

[건설사 4월 위기설 실체는]②
경기둔화로 미분양 공포 커지며
주택착공 급감→자금 흐름 악화
대형건설사도 유동성 위기 경고등
"정부 나서 양적수주 확대…중견·중소 직접 지원해야"

[이데일리 최정희 박지애 이배운 기자]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곳 이상의 중견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아 있는 수주 잔량은 줄어드는 반면 신규 수주실적은 저조해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


◇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가 더 어렵다”

6일 이데일리가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권 대형 건설사(27곳만 공시)의 작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GS건설, SK에코플랜트, 금호건설, HL디앤아이한라, 태영건설(워크아웃) 등 5곳의 건설사가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 200%를 초과했고 동시에 유동비율은 100%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비율 200% 초과 건설사는 2023년 11곳에서 2024년 10곳으로 줄어들었지만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2곳에서 5곳으로 늘어났다. 2023년까지만 해도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과 SK에코플랜트만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었는데 작년엔 이러한 곳이 5곳에 달했다. 태영건설은 경영개선 계획 이행으로 유동비율이 50.8%에서 87.8%로 높아졌지만, SK에코플랜트는 이 기간 90.6%에서 74.4%로 오히려 악화했다. 2년 이상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적자인 건설사도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KCC건설(개별재무제표 기준), 대방건설(별도), 우미건설(별도)등 7곳에 달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3년째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KCC건설은 4년째 영업 현금흐름이 적자다. 그나마 롯데건설은 만기 1년 이하 단기차입금이 1조원에서 2800만원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부채비율이 3년 만에 200% 미만으로 줄었다.

건설업계에 현금이 돌지 않는 이유는 이자비용과 공사비가 급증한 반면, 착공 감소로 현금 유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건설사의 이자비용은 2020년 1조7000억 원에서 2023년 4조1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공사비도 같은 기간 30% 이상 오르며 미수금이 21조7000억 원에서 32조5000억 원으로 50% 늘어났다. 비용은 커졌지만 공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정치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며 착공 실적도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착공 건수는 2020~2021년 연간 50만 가구를 넘었지만, 2022년 38만 가구, 2023년 24만 가구로 줄며 2010년(20만 5000가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엔 30만 가구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시기보다 낮다. 착공은 향후 2~3년간 건설사로 현금이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착공 실적 감소로 금융기관 대출도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전후로 착공이 많이 이뤄졌는데 이들 공사의 완공 시점은 재작년, 작년이어서 그나마도 건설사에 돈이 들어왔는데 2023년 이후 착공이 크게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은 현금흐름 자체가 줄어드는 구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내년 상반기까지 건설사로선 정말 힘든 구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빚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으로 올 들어 이날 현재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우조선해양, 안강건설, 이화공영 등 8곳에 달했다. 1~3월 4곳의 건설업 등록 업체에서 부도가 났고, 925개 종합 또는 전문공사업체는 폐업(일부 폐업 포함)했다.

◇ “정부, 양적 수주 확대 필요”

과거 건설업 불황 시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토목공사, 뉴타운 정책(노후화된 도시 재개발) 등 양적 수주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에도 이러한 정책이 가동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금리가 높고 신규 착공이 안 돼 주택 경기를 활성화하기 어려운 데다 환율 상승에 공사원가도 높은 편인데 이런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양적 수주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건설업 지원책이 대형 건설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실장은 “정부에서 건설업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대부분 우량한 대기업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 중견 이하 건설사는 다 떨어져 나가라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가 모든 것을 직접 공사하지 않기 때문에 중견이나 건실한 하도급업체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지방 균형 발전으로 지방 거점도시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지방에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지방 건설사들이 여기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연구위원도 “작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방 예산도 깎이면서 지방에 있는 중견건설 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산불 등으로 지방 재건을 하는 데 있어 건설업체들이 많은 역할을 할 테니 관련 사업들을 선별적으로 준비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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