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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엔 사람이 있었다, 서울에도 쌀이 난다…한강주조[전통주짐작]

김영환 기자I 2025.05.11 06:45:00

‘대교’ 건설로 역사로만 남은 ‘나루’의 역사성 복원
서울 유일의 지역특산주를 만드는 한강주조
서울 강서구에서 자라는 서울쌀 100% 활용

짐작은 ‘헤아림’을 의미하는 단어로 술과 관련이 있습니다. 헤아릴 짐(斟), 따를 작(酌). 술병 속에 술이 얼마나 있는지 헤아린다는 뜻으로 ‘술을 남에게 잘 따라주는 일’에서 ‘상대를 고려하는 행위, 사안의 경중을 헤아리는 작업’까지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우리 전통주, 잘 헤아려보겠습니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한강은 한반도 역사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겨레의 강이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을 거치는 동안 어느 한순간도 한반도의 중심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에서 ‘한강’을 따 ‘한강주조’가 설립됐다.

(사진=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
고성용 한강주조 대표와 이상욱 한강주조 이사는 오래된 술친구였다. 성수동에서 카페를 창업한 고 대표와 건축 디자인을 하던 이 이사가 창업을 고민했을 때도 가장 먼저 생각난 아이템은 ‘술’이었다. 우리 술의 가치가 외국 주류에 비해 저평가 됐다는 생각에서였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서울과 한강을 모티브로 우리 술 만들기에 나섰다.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전통술 배우기에 나선 고 대표와 이 이사는 성수동을 주목했다.

서울의 주요 공업 지역이었던 성수동은 현재 공장과 카페 등의 상업 시설이 공존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동네로 바뀌었다. 한강처럼 역사적, 환경적으로 단절된 화려한 우리 술과 문화를 오늘의 생활 양식에 맞게 소개하겠다는 한강주조의 비전과 잘 들어맞는 곳이었다.

다리가 없던 시절 한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루를 이용해야 했고 나루터는 자연스럽게 상업 중심지가 됐다. 현재는 큰 다리들이 건설되면서 나루라는 공간은 없어졌지만 그 자리에는 대교들이 차지하면서 상징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강주조가 ‘나루’라는 이름으로 우리 술을 내놓은 배경이다.

대표 제품인 ‘나루 생막걸리’는 서울에서 재배한 쌀을 고집한다. 한강주조가 사용하는 경복궁쌀은 김포 금쌀 재배지 끝자락과 맞닿은 강서구에서 재배한다. 서울에서 재배한 쌀 100%를 사용해 지역성과 품질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던 노력이다.

한강주조는 전통적인 누룩 발효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경복궁쌀을 주원료로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쌀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삼양주 형태의 제조법으로 고두밥을 3번에 나눠서 만든다. 공정은 복잡하지만 고품질 막걸리를 생산을 위해서다.

나루 생막걸리 6도 제품은 부드러운 목넘김과 쌀 본연의 단맛이 특징이다. 탄산감을 낮춰 부담 없이 먹기 좋도록 했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우리술품평회 탁주부문 대상 수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나루 생막걸리 11.5도 제품은 깊은 맛과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진한 감칠맛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다른 약재나 부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쌀로만 만든 순곡약주 나루 약주 13도와 부재료를 첨가한 ‘딸기바질 나루생막걸리’도 한강주조의 주요 제품들이다.

고 대표는 “우리 전통주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수출에도 집중해 한강주조의 술을 해외 소비자들도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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