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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수출액은 22억 2000만 달러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다. 뒤를 이어 △일본 18억 7000만 달러 △중국 15억 8000만 달러 △멕시코 13억 5000만 달러 등에 수출을 많이 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으로 소고기 수출량이 지속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물량은 21만 4637t이다. 1년 전(22만 9656t)보다 6.5%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소고기 수입량(44만 2133t)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44.3%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산 소고기는 8년째 전체 소고기 수입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시작했던 2008년(3만 2446t)과 비교하면 16년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물량은 무려 6.6배가 늘어났다. 수입 재개 초기에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으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려는 잠잠해지고 저렴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육류수출협회가 한국갤럽과 실시한 ‘2024년도 하반기 소고기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는 응답이 70.2%로 나타났다. ‘향후 미국산 소고기 섭취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69.6%였다.
앞서 정부는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이후 협상을 통해 2008년부터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는 30개월 미만 소고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장 개방하면 소비자 불안 자극할 수도…협상서 적극 알려야”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는 소고기 시장 전면 개방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 20~2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관세 기술 협의에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를 거론하며, 한국 측의 비관세 장벽 해결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협의에서 수입 소고기 월령 제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매년 NTE 보고서를 통해 소고기 월령 수입 조치에 대해 지적해 왔다. 올해 보고서에서도 ‘과도기적 조치’였던 월령 제한이 16년간 유지돼 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 축산업계는 한국의 소고기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소고기 수출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월령 제한에도 불구하고, 수입 제한이 없는 일본과 중국보다 훨씬 수입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월령 제한을 완화하면 오히려 소비자 불안감을 자극해 수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월령 제한으로 소비자들이 그간 소고기를 안심하고 먹었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08년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일어나며 사회적 혼란이 이어졌다.
최근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호주산 소고기가 미국산을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주산 소고기의 수입 비중은 2022년 33.9%에서 지난해 44.3%로 3년 만에 10.4%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산의 비중은 55.3%에서 48.5%로 줄었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이 같은 국내 상황과 분위기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서진교 GS&J 원장은 “미국 축산업계는 국내 분위기를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그들의 우려를 관세 협상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