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지난해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7개국 중 20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영 관행’(기업의 경영방식과 지배구조) 항목에선 28위에 그치며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도 ‘CG Watch 2023’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아시아 12개국 중 8위로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엔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 감독 기능이 미흡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이들은 한국 기업들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가 글로벌 수준에 들어맞으려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적 개선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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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데일리가 리더스인덱스에 의뢰·분석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237곳의 사외이사 856명의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학계 출신은 35.9%, 관료 출신은 27.3%로 각각 나타나며 국내 기업 이사회 구성의 특정 직군 편중 현상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나 세무사·회계사보다 전직 관료를 선호하는 경향도 확인했다.
이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에 적절한 정책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이사회는 복잡한 경영 환경에서 여러 역할 수행해야 해 업무 수행과 관련한 정책과 절차가 잘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국내 기업은 중요도가 높은 사항조차 정책이나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려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기업 대부분이 이사 선임 후보의 약력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시하고 있어 현재 이사회의 역량 구성이 적절한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BSM’(Board Skills Matrix·이사회 역량 구성표) 등의 공시 필요성이 강조된다.
BSM 공시는 이사의 경력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기업은 더욱 전문적인 이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나서 BSM 공시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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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BSM 공시 외에도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선 지난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국내 상장법인에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는 것을 금지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데 이어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이뤄지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선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대규모 상장회사일 시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1주마다 부여하는 제도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권고되고 있다.
또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상장법인의 기업 가치에 장기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사회 등과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사항을 사업보고서 등에 의무적으로 기재·공시하도록 하는 데 나섰다.
박 의원은 “한국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전체 상장법인이 ESG 정보를 모두 제공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계획하고 있어 세계적인 흐름과 괴리가 있고, 사업 보고서가 아닌 별도의 보고서로 ESG 정보를 작성·공개하도록 해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활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서 해당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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