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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상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다. 쉽게 말해 하급심이 법을 제대로 적용했는지를 따지는 곳이다. 만일 하급심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은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하급심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파기환송’이다.
이번 이 후보에 대한 대법 판단이 대표적인 파기환송이다. 이 후보는 2021년 대선후보 시절 방송 출연과 국정감사 발언으로 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한 것과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1심은 이 중 골프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봤다. 골프발언에 대해서는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 역시 이 후보가 스스로 변경을 결정했음에도 마치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한 것인냥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달랐다. 골프발언에 대해서는 주장 자체에 해석 여지가 있다며 무죄로 보았고,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협박은 상당한 강도의 압박을 과장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허위사실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금 판결하라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이 사실상 사건의 유무죄를 확정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바로 ‘파기자판’이다. 파기자판은 증거조사 등 추가 심리가 필요 없고, 법리적 오류가 명백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뤄진다. 실제 2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파기자판 된 사례는 2002년부터 2023년까지 단 1건도 없었다. 다만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만큼 국민의힘에서는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건을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었지만, 파기자판 대신 파기환송하면서 상고심은 일단락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