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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손님' 등장에 떠는 명품관…최고의 대처법은[툰터뷰]

김혜미 기자I 2025.04.06 08:00:00

네이버웹툰 ''명품관의 진상'' 소리쳐 작가 인터뷰
친구의 경험담…서비스직 어려움 담아내고 싶어
명품관 배경으로 우정 등 비물질적인 가치 표현
바람은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씩 친절해졌으면''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명품관을 집앞 마트에 가듯 편하게 드나드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때 지금을 즐기자는 욜로(YOLO·인생은 오직 한번 뿐이라는 의미)족들이 늘면서 소득 대비 명품 소비가 늘어났지만, 그래도 아무때고 수시로 드나들기보다는 어쩌다 큰 맘 먹고 한 번씩 들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명품이 아니라는 말처럼 말이다.

명품관의 진상 대표이미지(이미지=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명품관의 진상’은 제목대로 명품관에서 만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손님들과 이들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담았다. 해외직구로 구매한 옷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며 매장에서 교환을 요구하는 손님, 친구들과 와서는 자신있게 구매했다가 홀로 돌아와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 쇼핑백을 얻기 위해 양말을 구매한 뒤 곧바로 환불하는 손님 등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갖가지 손님들의 모습을 담았다. 볼수록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저 진상 손님들의 ‘이렇다더라’하는 모습만 담았다면 너무 뻔한 스토리였을 것이다. 웹툰은 이들이 왜 이렇게 진상이 되어야만 했는지를 설명하고 마음 속에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어준다. 해결사는 주로 브랜드 매니저인 ‘오진상’이다. 그는 매장에서의 오랜 경험으로 곤경에 처한 직원을 구해주는 것은 물론 손님 응대에도 능수능란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곧잘 성공한다.

웹툰의 배경은 명품관이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는 어디서나 목격할 수 있는 장면들도 많다. 자신감에 차 선배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신입사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초라해지는 나의 현실, 영업팀장으로부터의 매출목표 달성 압박 등 결국 명품관도 그저 사람 사는 곳일 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명품관의 진상’은 실제 사연이라고 하는데 경험담인가요.

제 경험담은 아니고요, 제 오랜 친구이자 명품관의 진상에서 매니저 업무 자문을 맡아주고 있는 ‘김치킨’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긴 호흡의 만화 소재를 찾던 중 오랫동안 백화점에서 근무하며 진상 손님 때문에 늘 힘들어하던 김치킨이 떠올랐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그동안 서비스직의 어려움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부분을 만화로 풀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서비스직에서 한 번이라도 일해본 분이라면 매장의 운영과 더불어 고객을 상대하는 부분에서의 고충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서비스직이 아닌 분들에게는 기상천외한 손님들과 이에 대응하는 직원들의 모습들을 보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 제목과 이미지를 보았을 때는 다소 뻔한 진상들을 담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요, 사연을 알고 나면 진상손님의 행동도 이해하게 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고자하는 것을 작가님의 의도로 해석하면 될까요.

명품관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뻔한 진상들을 담아 ‘우리 함께 진상을 신나게 욕해봅시다’라는 형식의, 유튜브 쇼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썰’ 같은 가벼운 일상툰 스타일로 만들면 인기를 끌 수 있겠지만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물질적인 사회인 ‘명품관’을 배경으로 비물질적인 것의 가치를 얘기해보기로 했습니다. 명품관이라는 배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물질적인 이야기가 주로 다뤄질 수밖에 없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비물질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우정이나 사랑, 신뢰, 꿈 같은 것들이죠.

△에피소드마다 오진상 매니저의 대처가 참 현명한데요,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을까요.

실제 모티브는 없고, 제가 열심히 창작하고 있습니다.(ㅎㅎ) 기획 초기 단계에서 오진상은 힘든 삶에 저항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받아들이지도 않은 채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주인공이었습니다. 강성 고객을 겪으면서 비물질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하나씩 깨달아가는 성장물로 만들려고 했고, 그 자체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동료 작가님의 피드백을 통해 요즘 독자님들은 다른 걸 원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기획할 당시 ‘회, 빙, 환’이라는 말로 먼치킨 장르가 유행이었거든요. 독자들이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원치 않는다는 점, 이미 삶이 팍팍한데 쉬는 시간에까지 그런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주인공을 믿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믿음직하고 능력 있는 오진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명품관 자체에 대한 오해나 고정관념도 일부 깨어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명품관 직원들은 손님을 구분해서 상대한다거나 하는 것들요.

제가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직원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드러내고 싶었어요. 저도 대부분 고객의 입장에서 살아가다 보니 친구인 김치킨을 통해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낀 건 서로가 서로를 괴물로 만들어 가는 환경 같다는 거예요.

저는 작품을 통해 직원들의 입장을 잘 보여주면 조금이라도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상황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직원을 좋게만 그리고 싶지는 않았기에 ‘도라서’라는 직원 캐릭터를 통해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작품 내용은 일반적인 회사생활에도 대입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생활에 지쳐있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명품관의 진상’을 만들면서 했던 생각들로 답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먹고 사는 게 힘든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받아들이고, 우리를 괴롭게 하는 물질적인 가치 대신 비물질적인 가치에서 행복을 찾아가다 보면 꽤 만족스럽게 인생을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로 17번째 에피소드인 ‘오! 진상, 열일곱’ 편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등장인물들을 동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귀여운 것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귀여운 동물 캐릭터로 나온다면,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조금 더 강성고객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제가 고객 캐릭터를 구상할 때도 동물의 특징과 결부시켜서 창작하니까 재밌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제 생각을 독자분들께서 알아봐 주신건지, 아무리 안 좋은 행동을 해도 귀엽게 봐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이제는 귀여운 외모에 기대어 더욱 악독한 진상을 그려볼까…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연재는 어느 정도 기간을 예상하고 계신가요. 앞으로 풀어나갈 에피소드가 많이 있나요.

1년을 목표로 기획했습니다. 길어져도 1년6개월을 넘기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제 에피소드의 절반 정도까지 왔습니다!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소재가 ‘진상’이다 보니 진상 손님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실제로는 친절하고 좋은 고객들이 더 많다고 해요. 여행을 다녀오면서 직원들에게 선물을 사 오기도 하고, 서로 경조사에 참석하기도 하며, 지나가다가 먹을 걸 사주고 가거나 우연히 근처 식당에서 만나면 계산해 주고 가는 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요,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씩 친절해진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참치 김밥, 계란 김밥, 키토 김밥, 제육김밥처럼 김밥이라도 속 재료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각 에피소드를 최대한 다양한 맛으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명품관의 진상’에 자주 자주 놀러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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