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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정책, 뿌리부터 다져야[법조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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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6.23 05:15:00

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

[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문화예술계의 기대가 충만하다. 지금까지 어떤 대선에서나 문화예술 정책은 늘 후순위였다. 경제나 부동산, 안보 정책에 밀려 문화예술 정책은 관심 밖이거나 시늉만 내는 수준에 그치곤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꾸준히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후보 직속 기구로 ‘K문화강국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며 세부 공약으로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현행 1.33%에서 2030년까지 2% 이상으로 상향하고 시장규모 300조원, 영상·음악·웹툰 등 K콘텐츠 문화 수출 5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 19일에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정부가 향후 5년간 총 51조원을 문화예술에 투입하겠다는 실행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대통령보다 문화예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화예술 정책은 단순히 ‘얼마를 지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새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대부분은 돈이 되는 K콘텐츠라는 대중 문화예술에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K팝, K드라마, K웹툰,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육성과 해외 진출 활성화는 분명 국가의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수치나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보다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탱할 근본적인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기초·순수예술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뿌리’다. 그러나 기초·순수예술은 우리나라에서 그 위상이 여전히 주변부로 인식돼 지원과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문화예술을 ‘산업’과 ‘경제적 이익’ 차원으로만 바라보고 산업 규모의 확대나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는 대중문화예술 등에만 집중할 경우 당장의 성과는 낼 수 있을지언정 그 기반이 되는 기초·순수예술은 점점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재명 정부의 공약에도 순수 예술에 대한 정책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즉각적인 성과 지표에 밀려 또 하나의 ‘공염불’에 그칠까 우려된다.

문화예술의 뿌리인 기초·순수예술이 단단해야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비로소 대중문화예술도, 산업적 성과도 지속 가능해진다. 국공립 예술단체장들이 정부에 순수예술 예산을 현행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결국 예술 생태계에 창의성과 다양성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기초·순수예술 지원은 당장의 흥행이나 성과가 보이지 않기에 위정자 입장에서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표시가 나지 않는 문화예술에 지원을 꺼리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이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던 것처럼 진정한 문화 강국 건설을 위해 기초·순수예술에도 대중문화예술만큼의 병행적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바탕이 되는 생태계의 건전화가 필수적이다. 그 전제는 문화예술인의 권익 보호라 할 것인데 여전히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불공정한 계약으로 서면계약서도 없이 일하고 창작물이 불투명하게 유통되거나 정당한 수익을 분배받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나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껏 보여준 문화예술 정책과 비전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문화예술이 경제 도구나 정치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역사이자 미래가 되도록 이번에는 진짜 뿌리부터 다지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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