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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영 감시·조언 두 역할, 美사외이사 83%는 기업인

김응열 기자I 2025.03.17 05:25:00

[포춘 100대 기업 사외이사 전수 조사 해보니]
韓 득세하는 관료·교수 사외이사, 미국에선 12% 불과
경영진 감시하는 사외이사…“경영 알아야 견제 가능”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을 불러온 생성형 AI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은 오픈AI를 창업했으나 지난 2023년 11월 회사에서 쫓겨났다. 올트먼 CEO 해임을 주도한 인물에는 로봇 제조기업 ‘펠로우 로봇’을 공동창립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타샤 맥컬리 펠로우 로봇 CEO가 포함됐고, 사외이사인 애덤 디엔젤로 쿼라 CEO도 올트먼 CEO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비록 올트먼 CEO가 지지 여론에 힘입어 오픈AI로 복귀했지만,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진도 이사회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해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건 사내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감시·견제하는 사외이사 제도가 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영을 잘 아는 사외이사가 기업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6일 이데일리가 리더스인덱스에 의뢰해 분석한 지난해 포춘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현황에 따르면 이력이 조회된 사외이사 959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인물은 재계, 즉 기업인 출신이었다. 기업 출신이 797명으로 83.1%에 달한다. 정부 기관 등에서 주요보직을 맡지 않고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거나 임원 등 이력만 있는 이들이 해당한다.

포춘 100대 기업 중 96곳은 모두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네 곳은 공시보고서가 검색되지 않거나 사외이사 이력이 조회되지 않았다. 사실상 포춘 100대 기업 모두 경영 전문 사외이사가 포함돼 있다.

국내 30대 그룹의 주류인 학계 출신 사외이사는 미국에선 4.4%에 불과했다. 관료 출신은 7.7%인 74명으로 조사됐다. 그마저 대부분은 국방부 출신이며 록히드마틴, 보잉, RTX 등 방위산업 기업에 치중됐다.

법조인 출신은 1.9%뿐이었고 정계와 언론은 각각 0.9%, 0.5%였다. 국내 30대 그룹은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가 6%고 정계와 언론은 1%, 1.4%다. 근소한 차이지만 미국 기업의 경우 경영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은 사외이사로 활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외이사는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기업 사외이사가 대정부 및 유관기관 로비 역할을 겸하며 경영진 견제에 소홀해질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오픈AI 사례처럼 이사회가 CEO나 오너를 쫓아내기도 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지낸 한국거래소 기업 밸류업 자문단 위원장인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에선 사외이사 제도 자체를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도입해 경영진 감시라는 취지에 맞게 자리를 잘 잡았다”며 “궁극적으로는 경영 지식을 갖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조언과 감시를 모두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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