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9)는 내년 4월까지 미국에서 예정돼 있던 공연을 모두 취소한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각종 정책을 보고 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음악에는 작곡가의 자유·평등 철학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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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츨라프는 음악에 철학을 담은 예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꼽았다. 프랑스혁명에 기대감이 컸던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새로운 시대를 구현해 줄 영웅이라 믿고 그에게 헌정하기 위해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 등 독재적인 모습를 보이고 급기야 황제에 즉위하자 헌정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츨라프는 “베토벤은 나폴레옹의 변화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금의 미국을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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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츨라프의 이런 생각은 그의 음악 철학과도 연결된다. 그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는 바로 작곡가가 음악에 담고자 한 가치다. 테츨라프는 “연주자는 작곡가가 음악에 담은 가치와 철학에 충실하게 연주해야 한다”며 “정돈되고 아름다운 연주보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날 것 그대로의 음악을 들려줄 때 진실한 연주를 보여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신만의 길 걸어간 작곡가 수크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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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는 오는 5월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진행했다. 테츨라프는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 시마노프스키, 프랑크, 수크 등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테츨라프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작품들이지만 음악적으로는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수크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작곡가이지만, 많이 조명받지 못해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테츨라프는 악기를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 그는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등 유명한 고(古)악기 대신 현대악기를 사용한다. 현재 쓰는 악기는 독일의 악기 제작자 슈테판 페터 그라이너가 2002년에 만든 바이올린이다. 테츨라프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고악기와 현대악기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며 “지금의 악기는 깊이 있는 소리부터 밝은 소리까지 다양한 음악을 표현할 수 있어서 (나와)잘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