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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데일리가 리더스인덱스에 의뢰해 분석한 지난해 포춘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현황에 따르면 포춘 선정 1위 기업인 월마트는 사외이사 8명 중 7명이 재계 출신이다. △티머시 플린 전 KPMG 인터내셔널 회장 △랜달 스티븐슨 전 AT&T 회장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토마스 호튼 전 아메리칸항공 회장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 △마리사 메이어 전 야후 CEO △칼라 해리스 모건스탠리 수석고객자문 등이다.
2위 기업 아마존도 경영인 출신 인물을 사외이사로 다수 배치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CEO를 맡고 있는 존 루빈스타인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 인튜이트 이사회 의장인 브래드 스미스 등 총 6명이 재계 출신으로 확인된 사외이사다.
3위 애플 역시 사외이사 7명 중 재계 출신이 6명이다. 다른 글로벌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테크놀로지스, 엔비디아 등도 재계 출신 사외이사가 각각 10명, 6명, 8명으로 확인됐다. 포춘 100대 기업 대부분은 사내이사·사외이사를 모두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을 재계 출신으로 채웠다.
사외이사 전원을 재계 출신으로 꾸린 곳도 적지 않다. 테슬라를 비롯해 인테리어·건축자재 등 유통기업 홈디포, 미국 최대 통신회사 컴캐스트 등이 해당한다.
◇70여년간 자리잡은 사외이사…사내 경영진 감시 기능 발휘
이처럼 미국 주요 기업들이 경영인 출신의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하는 건 사외이사가 기업 경영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널리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동시에 사내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것이 본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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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숫자가 훨씬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춘 100대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1161명 중 확인된 사외이사는 959명이다. 82.6%에 달한다.
박나온 한국ESG기준원 파트장은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사외이사의 경영 전문성을 강조하는 면이 더 두드러진다”며 “경영 전문성을 갖춰야 사외이사 제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 전문성과 수적 우위를 갖춘 사외이사로 꾸려진 미국 기업 이사회는 사내 경영진이나 창업자가 기업 경영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회사 밖으로 축출하는 경우도 잦다. 애플을 창업한 고(故) 스티브 잡스가 대표 사례다. 잡스는 1984년 본인이 만든 고가의 매킨토시가 실패작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가격 인하로 판매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시 존 스컬리 CEO는 다른 견해를 보이며 충돌했다. 평소 이사회와 자주 충돌했던 잡스는 결국 이사회가 스컬리 손을 들어주며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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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을 창업한 칩 윌슨은 논란이 되는 발언 등으로 이사회와 자주 부딪히다가 축출됐고 생활용품 기업 P&G에서도 로버트 맥도널드 CEO의 경영 실기를 이유로 이사회가 경질했다.
기업전문 연구기관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기업 이사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만큼 미국은 보다 올바른 경영 판단을 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견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들 역시 사외이사 숫자를 더욱 늘리고 비판 목소리를 내는 인물을 많이 영입하는 편이 지배구조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