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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가와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법률안’을 다음 달 2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속세 개편의 핵심은 상속인이 받은 만큼 세금을 내도록 개편해 세 부담의 형평을 개선한다는 데 있다. 물려받은 유산이 같다면 세금도 같아야 하지만, 현 제도는 각 상속인이 받은 유산에 비해 높은 세율을 적용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유산취득세 도입 시 현행 일괄공제와 기초공제는 없어지고 모두 인적공제로 흡수된다. 배우자는 상속금액 10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전액 면제받고, 상속금액 10억 원 이상이면 법정상속분(자녀의 1.5배) 한도 내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자녀공제는 5억 원(배우자 없이 자녀 1명 공제 시 최대 1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배우자와 두 자녀가 있다면 최소 20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정부안에 여당이 법정상속분(배우자-자녀 간 1.5대1 비율) 현행 상속세법에서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받은 만큼 가져가는’ 유산취득세 원칙이 깨지게 됐다. 이를 두고선 당정이 엇박자를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야당 내에서 나온다. 여당안대로라면 배우자에게 유산을 전액 할당하면 세금 한 푼 내지 않아도 된다. 세무업계에서는 자녀공제를 살리기 위해 최소 10억 원(자녀당 각 5억 원)만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나머지는 배우자에게 몰아주는 관행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안을 당론 발의한 것은 유산취득세를 반대하는 야당에 맞서면서도 여야가 이미 합의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안을 우선 통과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산취득세 도입 법안(정부안)은 당내에서도 공감대가 있지만 여야 합의가 안될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큰 틀에서 합의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안부터 법안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유산취득세 더해 법정상속분까지 없앤 여당안까지 나오면서 ‘부자감세’라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민주당은 앞서 현행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각각 8억 원, 10억 원으로 상향해 중산층 세 부담을 완화하는 기존 안에 더해 여당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안을 수용키로 했다. 그러나 법정상속분 폐지는 이보다 더 나간 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기재위 소속 위원들 중심으로 이번 여당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많다”며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함께 조기 대선 체제로 바뀌면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재위가 열릴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평한 과세라는 조세정신과 상속재산분배의 공정성을 보장한 민법의 법 테두리 내에서 배우자 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방수 “여당안은 배우자가 없는 피상속인의 경우 자녀들에게만 상속 시 세금 부담이 커 형평성에 어긋나고 세법에서는 법정상속분을 삭제해도 민법에선 조항이 남아 있기 때문에 유류분 반환 소송 등 상속인 간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안에서 법정상속분과 상관없이 배우자가 상속분을 10억 원까지 전액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공제액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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