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선불충전금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다 촘촘한 관리·감독을 통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유효기간 폐지 등을 통해 선불충전금이 발행자 주머니로 들어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20일 커피 전문점 업계에 따르면 선불충전금은 고객들이 사용을 염두에 두고 예치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이용자 ‘충성 지표’로 통한다. 커피 전문점 등이 적극적으로 발행하는 이유다. 문제는 커피 전문점들이 직접 규제를 피해가면서 충전금 운용 내역 공개 의무 등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이 파산하거나 충전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등 유용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불충전금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더 촘촘하게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다”면서 “일정 금액 이상 충전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나 충전금 지급보증이 가능하도록 예외 없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불충전금은 이자 등 운용수익이 고스란히 기업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역과 운용 방식을 의무적으로 공시해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규제 예외 적용 등을 없애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초기에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규제 적용 예외 대상을 뒀는데 지금은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모든 선불업자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소규모 사업자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어 일정 규모 이하의 업체에 대해선 등록 의무를 면제했지만 머지포인트 사태, 티메프 사태 등이 잇따라 발생한 만큼 지금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불충전금 미사용 금액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발행사의 쌈짓돈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부원장)는 “선불충전금은 기업이 향후 고객에게 제품으로 돌려줘야 할 일종의 미발생채권이다. 금융권이라면 고객이 맡겨둔 예금은 언제든 찾을 수 있지만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에 맡겨둔 돈은 일정 기간 지나면 소멸된다”며 “소비자 관점에선 은행이든 스타벅스든 돈을 맡긴 것이기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보호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머지사태나 티메프 사태는 고객들의 돈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선불충전금은 기업이 고객의 돈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효기한을 폐지하거나 해당 금액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