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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사업목적에 ‘종합휴양업’,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운영사업’을 추가했다. 업계는 면세점 부문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사업 기회를 선제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정관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2022년 프리미엄 고령층 맞춤 주거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을 선보이고 관련 사업을 본격 전개 중이다. 올해 초에는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VL 라우어’를 준공했고, 오는 10월에는 서울 마곡 ‘VL 르웨스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전용면적 97㎡ 기준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각각 10억원, 200만원이다. VL은 호텔식 컨시어지(편의), 하우스키핑, 맞춤식단 등 고급 서비스를 접목한 주거공간이다. 롯데호텔이 위탁 운영해 호텔식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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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004170)그룹의 호텔 계열사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고령층 대상 신규 서비스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그룹 내 부동산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관련 복합 주거 사업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이 사업에서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앞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지난해 12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그룹 콘텐츠를 접목한 고령층 주거 모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호텔업계가 시니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고소득 고령층,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시장은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40년 34.3%,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명 중 4명이 노인이 되는 셈이다. 시니어 사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견해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호텔업계의 실버사업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고령층 주거환경 개선과 관련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고령자 맞춤형 주거시설을 조성하려면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했다. 개정 이후에는 토지나 건물의 사용권만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자산 투자 부담 완화로 호텔업계의 진입 장벽이 한층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숙박업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계절이나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고령층 대상 장기 주거 서비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며 “기존 접객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장기 수익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호텔업 특유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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