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격동과 혼돈의 시간을 보내왔다. 주말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나라는 분열됐다. 소음과 교통체증에 인근 주민들은 몸살을 앓았다.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 초반대로 낮아졌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악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고물가 압력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내수는 급격히 위축됐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내수 중심인 국내 유통업계다.
결과가 어찌 됐든 이번 헌재 판결로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유통업계도 소비 진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기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고 그럼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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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규제개혁 1호 안건으로 대형마트 업계의 숙원인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을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공휴일 지정 원칙 폐지 및 영업 제한 시간(밤 12시~오전 10시)인 새벽 시간대 온라인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개선 방침을 발표하는 등 의지를 보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해제는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 초에도 유통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하면서 규제 강화에 착수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 정책이 백지화되고, 민주당의 기조대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유통 산업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분야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유통산업은 과도한 규제로 혁신과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유통법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음에도 그렇다. 유통 규제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특히나 홈플러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대형 유통기업이 무너지면 수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은 대형 유통업체를 각종 규제로 옥죄는 대신 지역 상권과의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와 기업, 지역 사회가 협력해 균형 잡힌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유통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 지향적인 정책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