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은행들은 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유동성 대응능력을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일부만 반영하고 있다. 유동성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기준·해석이 달라 제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아울러 은행이 기업 재무구조평가를 할 때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까지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영업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추세, 앞으로의 자금유출 전망 대비 자금조달 여력 등을 ‘정성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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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6일 “주채무계열 선정 내용과 함께 추가적인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 있다”며 “기업부채 리스크가 계속 부각하는데 조기에 파악하고 예측력·설명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일정부분 제도를 개선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올 6월에 ‘2025년 주채무계열’을 선정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주채권은행 관리 강화방안을 포함할 예정이다. 당국은 최근 건설·유통기업 유동성이 나빠지는 등 잠재 부실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조기에 이를 발견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업과 약정을 맺어 신용위험을 관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활성화가 안 돼 있다. 부채비율 구간별 기준점수 미만인 계열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기준점수 110% 미만인 곳은 정보제공 약정을 체결하는데 현재 일부 주채권은행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큰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이 기업의 리스크 분석 정도의 역할만 한다”며 “약정을 맺어 실질적인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단으로는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은 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유동성 대응능력’을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일부만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A은행은 현금흐름표, B은행은 한도대출 소진율을 통해 유동성 대응능력을 판단한다. 금감원은 매년 총차입금과 은행권 신용공여가 큰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해 주채권은행이 관리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침체로 기들의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은행의 예측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9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중 한계기업은 16.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계기업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기 어려운 기업으로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불린다.
◇재무구조평가에 유동성 능력 포함
은행권에서는 지금도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부실 징후기업을 선별하고 있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전체 익스포저 한도 관리, 산업별 리스크 관리, 신용감리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수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은행 내외부 정보를 활용해 잠재부실요인을 파악해 위험 수준을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그룹만 별도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없다. 기업규모별로 관리하고 있다”며 “조기경보 항목별로 영업점, 심사역 등이 여신 거래처에 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해 신용위험 변화를 모니터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