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타이어까지…관세 영향 확산
국내 중소 부품 협력사 ''생존 위기''
타이어 ''상호관세'' 가능성도…경쟁력 우려↑
생산 다변화·수출 재조정 본격화할 듯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 여파가 국내 완성차 부품 생태계와 타이어 산업 전반에까지 확산했다. 가격 경쟁력 상실 우려와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전방위적 영향을 피하지 못하는 만큼 부품·타이어 업계는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 지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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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을 기해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완성차뿐만 아니라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과 타이어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는 완성차 기업과 긴밀히 계열화한 구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 2200만달러(약 12조원)로 전체 수출의 36.5%를 차지했다. 업계는 이 중 60~70%가량이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에 공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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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는 691곳에 달한다. 이 중 95%가 중소·중견기업으로 관세 부담이 단가 경쟁력을 무너뜨리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은 모두 미국을 핵심 매출처 중 한 곳으로 삼고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24%), 금호타이어(073240)(29.5%), 넥센타이어(002350)(25.0%) 등 3사는 작년 매출 25~30%가량이 미국이었다.
문제는 타이어 기업이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한국 기업이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한 타이어에 상호관세를 적용한다면 관세율이 최대 46%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550만본으로 현지 판매량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한국,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 수출된다. 금호타이어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간 330만본 안팎의 타이어를 생산 중이나 매출의 약 80%를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구조다.
고율 관세 여파로 국내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타이어까지 유탄을 맞게 된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업계 전반에 걸쳐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기업이 관세 비용을 내부에서 흡수하면 손실이 불가피하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이 발표한 자동차 및 부품 관련 관세와 상호관세 핵심 내용을 공유하고,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안정적 공급체계 유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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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과 타이어 업계는 생산 물량 조정과 공급망 다변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이 모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관세 발효 직후인 지난 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신속한 통상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타이어 업계는 생산 다변화 등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판매 물량을 최대한 많이 선적하는 동시에 현지 공장 증설 속도를 앞당겨 내년 상반기 최대 1200만본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공급망을 조정해 국내 공장을 중심으로 미국 판매 물량을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지 공장이 없는 넥센 역시 미국 판매 물량을 먼저 수출한 상태이나, 향후 수익성을 고려해 유럽, 중국 등 대체 시장을 선제 공략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보편 관세를 매기면서 수익성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이 가게 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관세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적기에 내놓을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