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김치로 ''매운맛 열풍'' 정조준
CJ실비김치 출시…"일반 김치보다 30배 매워"
청양 고추에 베트남 고추…특효 발효비법 적용
기본형 김치에서 이제는 ''취향·개성형 김치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CJ제일제당이 촐시한 CJ실비김치 일반 김치보다 30배 이상의 스코빌 지수가 특징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
손으로 김치를 쭉 찢어 입안에 넣자마자 곧바로 혀 전체가 타들어 가는 것만 같다. 단순히 톡 쏘는 수준이 아니라 두 뺨이 벌게질 만큼 화끈하다. 음식이 내려가는 목구멍도 뜨거워지더니 배 속도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아삭함, 감칠맛이 중독적이다. 카레 한 숟가락에 한 줄 찢어 올려 먹자 맵기와 느끼함이 교차하면서 감탄사가 나왔다. 매워도 너무 맵지만 젓가락이 간다.
비비고 김치로 유명한 CJ제일제당(097950)이 매운맛 열풍을 정조준한 전략 상품을 꺼내 들었다. 일반 김치 대비 스코빌(매운맛) 지수가 30배 이상인 ‘CJ실비김치’를 내놓으면서다. 국내산 청양 고춧가루에 베트남 고춧가루까지 조합해 차원이 다른 화끈한 맛을 구현했다는 것이 CJ제당의 설명이다.
실비김치란 ‘실제로 드는 비용’이라는 뜻으로 이익이 거의 남지 않게 실제 비용만 가지고 판매한다는 의미다. 이름에 걸맞게 대량의 고춧가루와 속재료 등 푸짐한 양념을 배추에 발라내 만든 것이 특징이다. 과거 대전의 한 식당 실비김치가 먹방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매운맛 콘텐츠로 유명해지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CJ제당도 트렌드에 따라 매운맛 김치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 (사진=한전진 기자) |
|
과연 얼마나 매울지 궁금해서 직접 구입해 봤다. 제품은 MZ세대의 SNS 관심도를 반영해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출시됐다. 배달의민족 즉시배달 서비스 ‘B마트’, CJ제당 공식몰 ‘더마켓’에서 판매 중이다. 오는 11일부터는 네이버쇼핑 등 타 채널에서도 판매 예정이다. B마트 기준 제품 정가는 800g 1만 7990원이다. CJ제당의 비비고 ‘썰은배추김치’ 800g이 1만 971원인 걸 감안하면 살짝 비싸다.
받자마자 힙한 포장 디자인에 놀랐다. 실비를 자음으로 표현한 ‘ㅅ’과 ‘ㅂ’이 ‘습’이라는 단어로 전면에 강조되어 있다. 보기만 해도 매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크레이지 스파이시 김치’라는 영문표기도 기재되어 있다. 먹을 것을 구매했다기 보다 뭔가 재미있는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내부 구성도 간편하고 깔끔했다. 플라스틱 통 안에 김치 파우치가 이중포장돼 있어 별도의 반찬통이 필요 없다.
제품을 뜯어보니 국물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진득한 붉은 양념이 배추 사이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고춧가루 입자가 살아 있어 보기만 해도 매운 향이 올라왔다. 배추의 4분의 1 정도가 들어 있는 양으로 4~5인분가량의 양이다. 맛은 그야말로 ‘매움’의 끝판왕이다. 살면서 이렇게 매운 김치를 먹어본 적은 처음이다. 즉각적으로 혀를 타격하는 매운맛이다. 빈속에 먹는 것은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다.
 | (사진=한전진 기자) |
|
그렇다고 매운맛으로 장난만 친 제품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충분히 맛도 있다. 특유의 감칠맛과 청량감이 있다. 카레와 짜장 라면과 곁들여 먹었는데 조합이 매우 훌륭했다. 한 조각만 먹어도 음식의 느끼함이 단번에 진압된다. CJ제당은 24년 김치 사업 노하우를 제품에 적용했다고 했다. 비비고 김치에 사용되는 액젓 3종과 특허 발효 비법을 활용했다. 입안이 얼얼해도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특히 먹다 보면 배 속이 후끈후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치 ‘제대로 매운걸 먹었다’ 같은 느낌이 든다. 양치를 하고 나면 입안에 화한 느낌이 남는 것과 같다. 이는 묘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한번 경험하고 나니 다른 김치를 먹을 때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닭볶음면과 같은 원리다. 가격대는 타 김치보다 살짝 높은 편이지만 재미와 맛 화제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CJ제당에도 이번 제품은 의미가 커 보인다. 비비고로 대표되는 ‘기본형 김치’에서 벗어나 취향·개성형 김치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김치=전통 식품’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매운맛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기획력이 인상 깊다. 단순 매운김치가 아니라 ‘경험을 남기는 김치’라는 점에서 존재감도 충분하다. 매운맛과 김치를 모두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