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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액가맹금은 가맹관계를 ‘상생’에서 ‘갈등’으로 변질시켜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발전을 가로막는 낙후한 관행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의 본질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서로 협력해 공동의 매출을 활성화해 상생하는 것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영업을 지원해 주고 그 대가로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royalty)로 받는다. 가맹점의 매출이 늘어나면 가맹본부의 로열티 수입도 증가하므로 서로의 이해가 일치해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물품공급 모델에서 가맹본부는 수익의 원천을 가맹점 매출보다 매입에서 찾다 보니 가맹사업을 엉키고 뒤틀리게 변형시킨다.
차액가맹금이 수익원이 되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영업을 지원하기보다는 가맹점에 얼마나 물품을 밀어 넣느냐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은 가맹사업의 동일성과 품질 유지를 위해 필수품목을 가맹본부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이런 규정을 악용해 가맹본부는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단가를 일방적으로 높게 정해 차액가맹금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당연히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이해가 대립하고 갈등이 커진다.
공정위가 조사한 가맹점주의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는 오이, 양파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가맹본부에서만 공급받도록 강제한다.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에 공급하는 품목이 1000개에 이른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무장갑, 포장재, 쓰레기봉투 등의 소모품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소비자 가격보다 비싸게 판다.
어느 도넛 프랜차이즈는 도넛 제품을 데우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오븐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독일산 수입제품을 고가에 공급한다. 국내산 오븐은 가격 비교가 쉬워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이 일까 봐 수입제품으로 한정한 것이다. 한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필수품목인 소고기를 낮은 품질의 부위로 공급하면서 가격은 시중가의 2배를 받는다.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본부에서 구매해야 하고 이를 4년마다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경기악화로 가맹점의 매출감소가 이어지면 가맹본부로부터의 매입도 감소한다. 가맹본부는 오히려 차액가맹금을 유지하기 위해 품목 수를 늘리고 마진율을 올린다. 매출액은 줄어드는데 물대 비용은 늘어나니 가맹점은 적자를 면할 수 없다.
가맹점 창업자는 차액가맹금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얻지 못해 가맹점 투자를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가맹본부가 일반에 공개하는 ‘정보공개서’에는 영업비밀이라는 명분으로 필수품목과 공급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맹본부와 상담할 때도 차액가맹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받아 보지 못한다. 가맹계약 체결 2주 전에나 온전한 정보공개서를 제공받지만 이미 진도가 많이 나가 번복하기 어렵다. 일단 계약을 체결하면 노예처럼 본부가 요구하는 대로 다 따라야 한다. 이처럼 불완전하고 불공정한 가맹계약이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가맹점주가 동의하지 않는 차액가맹금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원의 판결이 가맹본부의 ‘갑질’ 행위를 근절해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정상적으로 발전하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