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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15일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 NTUC 페어프라이스의 대형 할인점 ‘페어프라이스 엑스트라 비보시티’에 신규 포맷 ‘롯데마트 익스프레스(EXPRESS)’를 선보였다. 매장 내 매장 이른바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현지 유통사와의 시너지를 꾀하며 PB 상품 중심의 K그로서리(식료품) 전문점으로 차별화 한 것이 특징이다. PB 브랜드 ‘오늘좋은’, ‘요리하다’ 제품과 함께 떡볶이, 김밥 등을 판매하는 즉석조리형 ‘요리하다 키친’도 함께 운영한다.
특히 현지 개점 행사에는 강성현 롯데마트 슈퍼 대표이사뿐 아니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도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지주사 핵심 인물이 직접 개점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룹 차원에서도 해외 유통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롯데마트는 앞으로 싱가포르 전역 100여개 페어프라이스 매장에도 PB 식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롯데마트의 싱가포르 진출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은 세 번째 동남아 시장 공략이다. 기존에는 단독 점포 출점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현지 유통망 입점형 모델로 효율성을 높였다. 현재 롯데마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총 63개 점포를 운영 중으로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5%, 영업이익은 20.6%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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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139480) 역시 해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 3개점, 몽골에 5개점의 이마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필리핀과 라오스에는 노브랜드 전문점을 각각 16개, 2개를 운영 중이다. 이마트는 이들 4개국의 해외 사업을 모두 마스터 프랜차이즈(MF) 형태로 전개하고 있다. 점포 운영은 현지 파트너사가 맡고, 이마트는 브랜드와 상품, 점포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며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특히 몽골은 이마트 해외 전략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6년 수도 울란바토르에 1호점을 연 이후 ‘한국 상품 전문 대형마트’라는 인식을 구축하며 출점 8년 만에 5개 점포로 확대됐다. 현지 유통 환경 특성에 맞춰 대형 쇼핑몰형과 주거지 인근 소형점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도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산 식품과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높고, 제조 인프라가 부족한 시장 특성도 성장에 힘을 보탰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대기업 타코그룹과 협력해 점포를 운영 중이다. 타코그룹은 유통 인프라를 갖춘 현지 강자로 쇼핑몰, 하이퍼마켓, 컨벤션홀 등 복합 리테일 모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필리핀과 라오스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실속형 전문매장 ‘노브랜드 전문점’을 내세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대형 상권보다 주거지 근접성을 고려한 근린형 매장 위주 출점도 특징이다. 이마트의 해외 실적도 성장세다. 몽골 베트남 등 해외 매출은 2022년 전년 대비 27%, 2023년에는 22% 증가했다.
“규제에 발목” 대형마트 K리테일로 답 찾는다
이 같은 해외 진출은 단순한 점포 확장이 아니라, ‘수출형 유통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롯데마트는 PB 상품, 즉석조리식, K푸드 패키지를 앞세운 숍인숍, 브랜드존 등 차별화된 포맷을 개발 중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중심의 실속형 소비 매장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각 사는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국가별 유통 환경에 맞춘 전략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해외 시장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 유통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의무휴업과 출점 규제가 10년 넘게 이어지면서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이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의 미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출 정체, 임대료 부담, 골목상권 침해 논란까지 겹치며 대형마트 입장에선 ‘내수 탈출’이 점점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형마트의 해외 사업은 앞으로도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내수 한계와 복잡한 규제 환경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수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전제로 한 프랜차이즈 방식이나 숍인숍 입점 전략은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거점 확보와 K리테일 확산이라는 전략적 의미가 더 크다”며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과 달리 동남아는 유통 기반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지금 선점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