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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사’에 매료…“나는 독립군, 아내는 독립군 아내”
조성진 교수는 뇌종양·뇌혈관 수술을 치료하는 전문의다. 신경외과는 뇌와 척수를 포함한 신경계 질환을 수술적으로 치료하는 분야로 △뇌종양 △뇌출혈 △뇌경색 △척추 질환과 같은 구조적 질환을 다룬다. 뇌와 척수는 신체의 중추 신경계로 손상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수술 중에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환자 예후를 살피는데도 신경 써야 한다.
신경외과는 이러한 특성상 업무 강도가 높고 응급 상황이 잦다. 수술 도중 환자가 잘못되면 소송도 각오해야 한다. 신경외과가 기피과로 전락한 이유다. 최근엔 몇 안 되는 전공의도 이탈해 교수들이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한다. 이 때문에 조 교수는 퇴근하더라도 언제나 응급실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수술 과정에서 한순간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게다가 수술이 끝난 후에도 환자의 회복 과정을 자세히 살펴야 하므로, 사실상 온종일 환자와 함께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어떤 날은 집에 가자마자 다시 병원으로 복귀해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단순히 체력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긴장과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피로도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그나마 신경외과 소속 스태프들이 서로 보완해주기 때문에 아직 버틸 수 있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힘든 분야를 조 교수가 선택한 동기는 ‘제일 멋있는 진료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응급실에 의식 없는 환자가 왔을 때 바쁘게 움직이면서 빨리 (환자를) 살려내는 모습에 매료돼 ‘이게 바로 진정한 의사’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도 이러한 결정에 후회가 없다. 아내에게도 ‘독립군 아내라 생각해달라’며 환자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러한 조 교수의 의지는 아직 신경외과를 지원하는 후학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는 이탈했지만 언젠가 돌아올 수 있고 젊은 신경외과 전문의 몇몇이 아직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신경외과는 편함과는 거리가 멀어 굳센 다짐을 하지 않고 들어오기가 어려운데 그중 신념이 있고 진정한 의사를 추구하는 의사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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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진료 철학은 ‘자신이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치료한다’로 요약된다. 여기에서 그는 인문학적 소양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한다. 단순히 병만 보는 게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상황도 파악하면서 환자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어주려면 이러한 소양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항상 배우고 익혀야 한다. 환자에게 전하는 말이 조금이라도 더 따듯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애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사라는 직업이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이 타인의 인생 중간에 끼어들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데 환자 본위적 생각에서 벗어나 자기의 성취감만으로 환자를 대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환자 치료에 열중하면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조 교수는 젊었을 당시 본인이 수술을 가장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단순히 수술을 잘하고 테크닉이 좋은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큰 종양을 다 제거해도 조그마한 장애가 남으면 환자들은 평생 갖고 간다. 근데 위험한 부분을 남겨두고 나머지 종양은 방사선 수술이나 사이버나이프 등으로 제거하면 환자도 이상 없다”고 했다. 어려운 수술을 할 때 언제, 어디서 멈출 것이냐를 아는 것이 경험인데 이는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배어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많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점점 겸손해졌다는 조 교수는 자신의 책임감을 이어받는 후학들에게 부단히 노력해 환자가 믿는 의사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뇌종양 수술은 최소 10년을 해야 수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환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실력을 쌓아 책임감 가진 의사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