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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인생은 반대라더니"…이름 때문에 슬픈 사연[툰터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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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25.05.25 09:25:00

네이버웹툰 천재, 만재, 백재!의 심모람 작가 인터뷰
이름대로 사는 ''만재''와 이름값 못하는 ''천재'' 남매
막내는 고양이 ''백재''…이름에 얽힌 에피소드 담아
''피식'' 웃을 수 있는 ''따뜻하고 유쾌한 시트...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흔하든 흔하지 않든, 이름이란 건 ‘나’란 사람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첫 단어이기에 타인으로부터 한번 쯤은 이름에 관한 평을 듣기 마련이다. “예쁜 이름이네요”, “여기서 유래한 것 아닌가요?” 등등.

‘천재, 만재, 백재!’는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로 독자들과 만나 온 심모람 작가의 신작으로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가 중심인 작품이다. 공부로 인정받는 누나 ‘만재’와 이름과 달리 공부에는 관심 없는 동생 ‘천재’가 그 주인공. 천재는 새 학기만 되면 선생님들에게 가장 먼저 선택되는데 늘 이름값을 못한다는 타박을 듣곤 한다. 그럼에도 천재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조차 죽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네이버웹툰 천재, 만재, 백재! 대표 이미지(이미지=네이버웹툰)
과연 사람은 이름대로 사는걸까, 반대로 사는걸까. 대단히 자극적이거나 눈길을 끄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심모람 작가의 작품은 우선 귀여움으로 보기 시작해 ‘피식’이라는 한방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작가가 웹툰에 들이는 공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힐링이 되는 웹툰이기에 지친 하루를 보낸 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 딱 좋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로망 ‘고양이’ 백재의 등장은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재, 만재, 백재!의 모티브는 어디서 떠올리게 되었나요.

△사실 구상 초기의 가제는 ‘천재와 만재’였어요. 아이디어 노트에서 찾은 메모 한 줄이 그것이었는데, 그 메모를 읽자마자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름처럼 사는 누나(만재)와 이름값 못하는 동생(천재). 상반된 성향을 지닌 남매가 티격태격하며 코믹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밝고 귀여운 만화가 머릿속에 그려졌고, 그걸 계기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두 사람만으로는 이야기 진행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보통 청소년기의 남매는 대화를 나눌 일이 잘 없거든요. 서로 미워하지 않으면 다행이죠. 이야기 전개상 중반부터는 ‘천재’가 누나인 ‘만재’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살가운 남매가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건이 전개되기 어렵더라고요.

그럼 둘에게 동생이 생기면 어떨까? 그런데 그 동생은 사람이 아니면 더 재미있겠다. 천재와 만재 두 명이 형, 누나라면 막내 이름은 이미 정해진 거 아닌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고양이 막내 ‘백재’예요. 고양이가 중심에서 이야기하며 두 사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게 된 거죠. 덕분에 천재, 만재, 백재는 일반적인 형제들과 달리 조금은 독특한 형제애를 갖게 됐고 그 점이 이 만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해요.

종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생각의 차이, 그 차이에서 비롯된 시끌벅적한 일상, 그 차이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위로와 응원을 담아 삼 남매의 우애를 시트콤처럼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님도 흔치 않은 이름을 갖고 계신 듯 한데 본명인가요.

△가끔 받는 질문인데 본명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그림일기를 올리곤 했는데 그때 썼던 닉네임이 ‘모래사람’이었어요. 피부가 까만 편이라 모래로 빚은 사람을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죠. 귀는 나뭇잎으로 대신하고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웹툰을 준비하면서 닉네임을 줄이고 제 성을 붙여 필명으로 만들게 된 거예요. 유래는 장황하지만 큰 내용은 없어요. 설명할 때마다 머쓱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모람 작가 캐릭터 변천사.
-주로 본인의 주변 이야기를 웹툰에 많이 담으시는 편인데 천재, 만재, 백재!는 완전히 가공된 이야기인가요.

△네. 모두 가공의 이야기로, 매화 인물들의 만화 같은(!) 행동들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요. 생활 만화를 그릴 땐 판단의 대상이 실제인물이다 보니 여러모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스토리 만화는 그런 걱정 없이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어서 좋아요. 물론 모든 인물에 어느 정도 제 생각이 녹아들어 있긴 하겠지만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이 만화에서 주변의 이야기가 반영된다면 고양이를 기르는 지인들에게 구한 에피소드 정도일 거예요.

연재를 준비하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긴 했는데 백재는 셀프 산책을 일삼을 만큼 상당한 수준의 ‘만화 고양이’라 아직까진 써먹을 일이 안 생기네요.

-만화 속에서 고양이를 그야말로 당당한 가족의 일원으로 그리고 있는데 평소 고양이에 대한 생각은.

△말해 뭐 하겠어요, 고양이 너무 귀엽죠. 백재는 눈치가 빠르고, 제멋대로에, 때로는 심술쟁이처럼 굴지만 사실 누구보다 가족들을 생각하는 다정한 고양이이빈다. 그 차이가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나도록 신경 써서 이야기를 만들고 있어요.

사실 저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 전반에 관심이 많아요. 알고리즘이 귀여운 동물 쇼츠로 점령될 정도로요. 그래서 작품을 구상할 때면 무의식중에 그쪽으로 생각이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동물과 사람의 서로 다른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나, 함께하며 벌어지는 일들, 동물들의 순수함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위로 같은 것들에 대해서요.

이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정말 가족처럼 함께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그래서 만화 속 가족들이 백재를 찐 막내로 대하는 모습을 독자님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 작품을 보면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이 은근히 묻어나는 듯 합니다. 본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가족은 ‘우리 집’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 말이에요. 힘들어도 그런 곳이 있으면 버틸 수 있잖아요. 제가 그리는 만화에도 그런 포근함이 담긴다면 좋겠네요. 막상 가족들 앞에선 낯 간지럽다는 이유로 표현도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요.

-작가님의 이전 작품 중 하나인 ‘차린 건 없지만’을 본 적이 있는데요. 아주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작화에서 음식에 대한 관심이 엿보였습니다.

△저는 그림을 즐겁게 그리는 사람은 못 되는데요. 음식을 그릴 때만큼은 재미를 느낄 때가 많아요. 종종 음식 낙서를 하며 힐링을 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차린 건 없지만은 그동안 만든 작품 중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작업한 만화였던 것 같아요.

대단한 메뉴 없이 정말 솔직하게 먹고 사는 생활에 대해 그리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제법 계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혼자 부엌에서 뭔가를 해 먹어버릇한 것도 음식 만화에 관심을 갖는 데 한몫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기본적으로 요리를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런 말을 하면 만화를 읽은 분들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한가득 띄우시겠죠. “근데 왜 만화에선 그런 걸 먹어요...?”(‘차린건 없지만’에서는 인스턴트 수프에 밥을 말아먹는 것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은 요리들이 등장한다). 말해두지만 요리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멍멍냠냠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버림받은 강아지 ‘홍시’가 삶에 지친 ‘재희’라는 사람을 만나 서로 보듬고 치유하는 이야기예요. 1년도 안 되는 짧은 연재 기간이었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화이기도 했고 처음 만든 스토리 만화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제게는 의미가 큽니다.

홍시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이따금 짧은 만화를 올리곤 하는데 지금까지도 예뻐해 주시는 댓글들을 보면 만화 속 인물들이 계속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만화는 결국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홍시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건 독자님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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