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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표한 KPMG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기업의 AI 생산성 도구 사용률은 지난해 4분기 22%에서 올해 1분기 58%로 급증했다. AI 기반 지식 검색의 주간 이용률도 지난해 4분기 48%에서 올해 1분기 61%로 상승하는 등 AI 기술의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I와 로봇 기술은 고령자의 안전 모니터링과 신체 부담 경감 등 명백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돌봄 인력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이 고령자의 삶의 질까지 향상하고 있는가. 돌봄이란 단순한 신체 관리를 넘어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고 느림과 불완전함마저 존중하는 깊은 행위다.
신체 기능이 약화한 고령자도 고유한 삶의 궤적과 존엄을 지닌 존재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스템화한 돌봄은 이들의 ‘느림’과 ‘불완전함’을 수용하지 못한다. 틀 잡힌 관리와 데이터 중심의 돌봄은 인간적 교감을 대체할 수 없다. 고령자를 데이터와 수치로 환원할 때 우리는 돌봄의 본질을 잃게 된다.
최근 치매 환자 돌봄을 위해 개발한 ‘대화형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간단한 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약 복용 시간이나 식사 알림을 지원하는 로봇이다. 하지만 일부 고령자들은 “기계와 대화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로봇이 지켜보는 집에서 ‘감시받는 느낌이 든다’고 답한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술의 현장은 어떤 고민 앞에 서 있는가. 기술이 불편함이나 소외감을 야기하는 순간, 돌봄은 효율성을 넘어 인간다움을 잃게 된다. 로봇이 고령자에게 ‘돌봄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정작 고령자가 이를 ‘원하지 않는’ 상황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기술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AI는 인간다운 돌봄을 확장하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기계가 육체적 부담을 덜어줄 때, 인간은 교감과 존중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기술은 돌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복원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떤 관점에서 도입하느냐다. 효율성과 비용 절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령자의 삶의 질, 선택권, 프라이버시를 중심에 두고 기술을 설계하고 운용해야 한다.
AI 기반 시스템은 고령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고령자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조율하고, 필요한 도움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적 기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치 추적 시스템도 고령자가 직접 긴급 상황에 대비해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낙상 감지 센서 역시 단순 경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손길과 결합된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은 고령자의 안전을 넘어, 자율성과 인간 존엄을 함께 지켜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복지다.
정책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기술 기반 돌봄 서비스에 대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하고, 고령자의 선택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제도화해야 한다.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돌봄 인력 역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현장을 함께 이끌어가기 위해, AI 활용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통해, 인간과 기계가 함께 만드는 돌봄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우리 앞에 있다. AI와 스마트 기술은 복지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기술은 돌봄의 대체자가 아니라, 인간다움을 복원하는 조력자여야 한다. 우리는 효율성을 넘어, 인간다움을 지키는 기술 사용을 선택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위한 붓이어야 한다. 초고령사회 복지는, 그 붓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