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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올해 워라밸 행복산단 제도를 전국 주요 산단으로 확대하기 위해 30억원을 들일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워라밸 행복산단은 산단에 입주한 중소기업에 일·가정 양립 문화를 이식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해 구로산단과 구미산단(1단지) 두 곳에 시범 도입됐다. 육아휴직, 유연근무 제도를 사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하는 방식, 인사제도 개선 등 기업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해 소규모 기업 직원들도 워라밸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문화가 전국 산단으로 확산하면 저출생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저출생 반전대책’에도 담겼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구로산단를 찾아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보육에 대한 걱정 없이 맘 편히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지원 대상을 17개 산단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두 달 뒤엔 이정식 전 고용부 장관이 구로산단에서 지원사업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시범사업 결과는 성공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고용부 용역보고서를 보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33개 기업(구로산단 23곳, 구미산단 10곳) 중 21곳(64%)이 행복산단 컨설팅 이후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제도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9곳(27%)은 추진을 시작했으며 추진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기업은 3곳(9%)에 그쳤다.
기업들의 컨설팅 만족도도 높았다. 33개 기업 중 26곳(79%)이 기업성과가 향상됐다고 답했고, 근로자 생산성이 올랐다고 응답한 기업은 29곳(88%)에 달했다. 근로자들의 애사심이 높아졌다고 답한 기업 역시 29곳(88%)이었다. 또 25곳(76%)은 워라밸 행복산단 컨설팅을 타사에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예산 3억원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고용노동부가 30억원을 편성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 제도를 도입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의미에서 제도 도입을 돕기 위한 워라밸 행복산단 사업은 의미가 있다”며 “30억원이면 크지 않은 돈인데, 정책 과제를 가로막을 만큼 기재부가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으로 내린 결정인지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 규모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지난해엔 정책 연구 단계여서 사업의 구체성이 불명확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시범사업 성과를 담은 용역보고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용역보고서가 나왔으니 고용부가 고민한 결과를 바탕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행복산단 사업이 중단됐지만 고용부는 기존의 ‘일·육아 동행 플래너’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전국 고용센터에서 수용비를 들여 기업을 컨설팅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기업별 컨설팅에 그쳐 산단에 모성보호, 일·육아 양립 문화를 확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워라밸 행복산단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산업단지공단, 지역 고용센터, 민간 전문 컨설팅 기관이 참여해 역할을 분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