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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국민연금기금 1200조 시대

최은영 기자I 2025.03.18 05:00:00

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

[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진실한 문장 하나만 작성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을 쓰면 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오직 ‘진실하고 솔직한’ 문장만이 독자와 진정한 소통을 가능케 한다고 믿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최초로 시행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어르신들의 노후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민연금기금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과 오해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칼럼에선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이자 책임 준비금인 ‘국민연금기금’이 ‘진실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솔직하게’ 톺아보고자 한다.

먼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아보자. 적립금은 2003년 100조원, 2010년 300조원, 2015년 500조원에 이어 2020년 800조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기준 1213조원으로 기금 1000조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어려운 투자환경 속에도 국민연금이 2년 연속 최고의 성과를 낸 것은 국내외 자산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운용사와의 전략적 동반관계를 통한 우량 투자 기회 발굴 및 해외사무소 기능 강화 등 기금운용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다음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정부에서는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당시 장기 기금 투자 수익률을 연 4.5%로 가정했으며 지난해 9월 연금개혁안에서는 수익률을 5.5%로 1%p 올려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춘다는 계획을 포함한 바 있다. 그만큼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금 수익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15.0%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운용 수익금도 160조원으로, 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1213조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수익률은 1988년 국민연금기금이 설치된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2023년 국내외 주식시장 강세로 13.59%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처음으로 15%대의 수익률을 보이며 2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 수익률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에도 해외 주식 투자에서 선전한 것이 전체 수익률을 견인했다. 수익률을 자산별로 살펴보면 해외 주식 34.32%, 해외 채권 17.14%, 대체 투자 17.09%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금운용 수익률은 누적 수익률에도 큰 영향을 미쳐 작년 말 누적 수익률은 연평균 6.82%를 기록했다. 2023년 말 5.92%에 비해 1%p 가까이 오른 것이다.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1%p 오를 때마다 기금 고갈 시기는 5~6년가량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연금 고갈을 대비할 수 있는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톺아보자. 무엇보다 가입자인 국민은 기금이 소진돼 받을 수 없다는 막연한 불신에서 벗어나 차근차근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권은 법률에 따라 구체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므로 연금 납부 기간 등 수급 요건을 충족하면 국민연금법에 따라 반드시 지급되는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연금제도를 운용한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금이 부족한 경우 대부분 세금이나 운용 방식을 개혁하면서 연금을 지급해 왔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 대안들을 마련하면서 연금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정성 있고 솔직한 자세로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오해를 털어버리고 지혜를 모아 제도를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행복한 국민연금’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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