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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핵무장 논의, 거래의 전략이 필요하다

최은영 기자I 2025.03.28 05:00: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핵무장론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트럼프에 가까운 인사들이 한국의 핵무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국방부 차관에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다. 그는 2021년 출판한 저서 ‘거부 전략’(Strategy of Denial)에서 다른 조치가 실패한다면 “일본과 한국의 우호적 핵확산(friendly proliferation)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대신 북핵 문제는 한국에 맡기자는 의미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았던 마이크 폼페이오도 “한국 국민이 핵 능력을 개발하기로 선택한다면 미국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언급했다.

핵무장론의 가장 큰 한계는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래서 나온 주장이 핵 잠재력이라도 확보하자는 것이다. 핵 잠재력(Nuclear Latency)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는 않지만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 시설, 물질,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필요할 경우 매우 짧은 시간 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2~3개월 내 수십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핵 잠재력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핵무장론에 비해 훨씬 현실적인 장점이 있다. 주변국을 자극할 우려도 적다. 대북 억지력에는 다소 한계가 있겠지만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문제는 역시 미국이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를 용인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트럼프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다. 트럼프는 거래의 천재라 불릴 정도로 거래에 뛰어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도 그를 상대할 ‘거래의 전략’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가 집필한 ‘거래의 기술’(1987년)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무장과 관련해 크게 4가지 사항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크게 떠든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 어떤 나라도 시끄럽게 떠들면서 핵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다. 전략적 은밀함이 절실히 요구되는 영역이다. 트럼프는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사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에게 별로 대단치 않은 것임을 확신시키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고 적고 있다.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은 거래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진짜 원하는 것을 숨겨야 한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별로 대단치 않는 일로 인식시킨다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목표를 크게 가질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트럼프는 거래의 첫 번째 원칙으로 “크게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때때로 목표에 미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원한 만큼의 목표를 달성한다”고 실토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일을 성사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실질적인 목표가 핵 잠재력 확보라면 협상에서는 더 큰 것을 들고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그나마 낮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부동산에서 입지보다 개발전략이 중요하듯 미국의 핵전략이 중요하다. 핵확산금지라는 전략적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핵무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콜비의 주장처럼 주요 동맹국의 우호적 핵확산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핵전략이 조정된다면 핵보유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맹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다는 논리가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트럼프와의 거래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안보와 경제에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나올 경우 우리가 사용할 지렛대는 거의 없는 상태다. 그냥 읍소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돈으로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와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거래의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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