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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불은 매년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 한 번 산불이 발생하면 끄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눈과 비가 예년보다 적게 내려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어느 때보다 대형 산불의 우려가 컸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했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안전전문가들은 사고가 언제 발생할지 알 수만 있다면 이미 절반은 막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산불의 예방과 대응 시스템에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위험과 안전을 생각하는 안이한 인식이다. 정부는 2023년 발표한 ‘산불백서’에서 2027년까지 산불 진화 특화인력을 25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부족으로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고 한다. 산불 발생 초기 한 산불안전 전문가는 최악의 경우 산불이 동해안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오히려 비난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뒤 산불은 동해안 어촌마을까지 번져 바다에 정박 중인 어선 14척을 태웠다. 안전에 대한 인식 부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음은 산불예방 관리인력의 고령화다. 이번에 산불을 끄기 위해 동원된 산불진화대원 3명이 사망했다. 3명 모두 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 정부 일자리사업으로 선발된 고령의 산불진화대원이 앞이 보이지 않는 연무 속에서 10kg이 넘는 물통을 지고 비탈진 산길을 오르내리며 진화직업을 벌이기에는 역부족이다. 통계에 따르면 농촌지역의 급속한 고령화로 산불진화대원의 평균연령은 2022년 기준 61세였다. 일부 농촌과 산간 지역의 경우 67세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 동료들에 따르면 이번에 희생된 대원들은 방염처리도 제대로 안 된 옷을 입고 산불 진화에 나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산불 대응 시스템의 부재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하는 봄철 산불은 매년 발생하고 계절적 특성에 따라 불어오는 강풍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체계적인 산불 대응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이번 산불 대응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도 아쉬웠다. 피해지역의 한 주민은 유튜브를 통해 “물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식사도 못 하고 있다. 염치없지만 좀 도와달라”며 울면서 호소했다. 2019년 고성산불이 났을 때 전국의 소방차가 불을 끄기 위해 밤새워 현장으로 달려온 일사불란한 장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시대 사상가였던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애민 편 6조(구재·救災)에서 ‘재난을 미리 생각해 대비하는 것이 재난을 당한 후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면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강조했다. 재난이 올 것을 생각해 예방하고 대응하는 일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의 책무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국민이 ‘염치 없지만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이번 산불이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