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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비과세와 세액공제, 세액감면, 소득공제 등으로 깎아주는 세금은 78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감면액(71조 4000억원)보다 6조 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기업 실적 회복에 따른 통합투자세액공제 증가 등의 영향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한해 세금 총량(국세수입총액+국세감면액) 중 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15.9%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국세감면율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감면액은 정부 예상보다 늘고 국세수입총액은 줄어들 수 있어서다. 2월 세법개정으로 국세감면 항목은 이미 더 늘어난 상황이다. 국가전략기술 중 반도체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율 5%포인트 인상 등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월 개정세법으로 올해에만 5083억원의 세수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정부 추산에 단순 합산하면 감면액이 78조 5000억원대로 증가한다.
반면 분모에 해당하는 국세수입총액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둔화 여파 지속에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에도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30조원 넘게 덜 걷히면서 국세감면율을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달 법인세 신고 및 납부 실적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 같다”면서도 “올해 예산만큼 거두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조세지출 관리한다지만…감면제도 일몰 어렵고 세제 지원 요구는 커져
정부는 세입여건이 어려워지고 저출산·고령화로 중장기 재정소요가 증가한단 점을 감안, 조세지출 관리의 고삐를 당기겠단 태세다. 올해엔 올해 일몰 도래 제도 등 27개의 조세특례 항목에 심층평가를 벌여 일몰 여부를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감면 규모를 줄이겠단 목적이다.
하지만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입법권을 쥔 국회에선 이달에만 50건 넘는 조세특례제한법안이 발의됐다. 대부분은 일몰이 도래한 감면제도들을 연장하고, 새로운 감면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인 점도 부담이다. 여야는 상속세 부담 완화에 합의한 데 이어 지방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근로소득세 완화 등 경쟁적으로 감세 공약을 내는 중이다. 최근의 여야 합의대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 연금보험료 공제 관련 구조적 지출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세수 감소 가능성은 커짐에도 조세지출 정비가 쉽지 않고 깎아줘야 하는 세금만 계속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수기반 약화와 재정 건전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단 지적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감면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건 저항을 무릅쓰고라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며 “사후평가를 강화하는 등 정부가 의지를 갖고 조세지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