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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이러한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에 집중된 대형 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전국의 모든 암 환자가 그 혜택을 누리긴 쉽지 않다. 향후 10년 동안 한국의 암 발병률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도권 대형 병원의 대기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의료진은 하루에 많은 환자의 진료를 소화해야 한다. 반면 지역 병원은 인프라 부족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분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환자는 ‘어느 병원을 가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인력 수급 문제가 이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단순히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하거나 더 나은 의사를 배출하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보다 나은 기술에 그 해결책이 있다.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AI)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암 치료 워크플로의 수준을 높이고 환자가 어느 병원을 방문하든지 최적의 치료를 받도록 도울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구자들은 의사가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표준 유방촬영술 검사에서 의사들이 유방암을 약 20% 놓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AI 모델은 이러한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가 놓친 암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초기 위험 요인을 식별하고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환자들의 미래 암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렇듯 AI와 사람이 협업해 모든 진단·치료 단계마다 데이터 신빙성을 보장하고 반복적인 절차를 줄이면 병원 간 격차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병원에서도 대형 병원 수준의 전문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든지, 어느 지역에 살든지 최선의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복잡한 진단·치료 과정을 일관된 품질로 구현하려면 ‘더 많은 의사’가 아니라 ‘더 나은 기술’을 통해 병원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료계·테크기업이 힘을 모아 AI를 비롯한 혁신 기술을 빠르게 보급해 암 환자들이 차별없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