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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원화절상을 압박하며 우회적으로 외환시장 투명성 강화와 기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스탠스를 보이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이번 주 한미 통상 당국이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협의에 나선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장성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정보통신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대표단은 이르면 20일 출국해 워싱턴 DC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중심의 미국 정부 대표단과 ‘2차 기술협상’을 한다. 비공개 채널을 통한 환율협의도 물밑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차관보는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비공개로 만나 환율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수단으로 원화절상 압박을 하겠지만, 인위적인 원화절상 요구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있다. 다만, 한국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주기를 현행 분기별에서 월 단위로 단축하거나 현 상태의 금리를 유지하는 등의 유연한 통화 정책을 요구할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플라자 합의때도 일본이나 독일 등 주요국 화폐의 절상을 강요했는데 이번 환율협의라고 다르진 않을 것”이라며 “작년 기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60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미국으로선 자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원화절상을 압박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책을 요구할 것 같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원·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라고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상을 통한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유도할 것 같은데 현재 우리나라도 내수부진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쉽지 않으니 유지하는 선에서 절충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한국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를 요구해 볼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은 우리 외환 당국이 시장개입으로 원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생각해 개입 내역 공개 주기를 월별 수준으로 단축하길 원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환시장을 관리해야 하는 외환 당국 입장에선 정책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신 환율이 내려가면 외환보유고가 소진될 수 있는데 이를 이유로 한미 통화 스와프 재개를 역제안해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