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5대 건설사가 올해 공사금액을 증액한 건수는 15건으로 이들의 총 공사금액은 직전 공사금액 대비 40%나 급증했다. 다만 인건비 상승 등을 제외하면 건설 경기 부진으로 공사비가 과거처럼 급등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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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3월 건설 공사비 지수는 131.23으로 작년말(130.12) 대비 석 달 만에 0.9% 상승했다. 작년 한 해 건설 공사비 지수가 1% 오른 것과 맞먹는다.
건설 공사비 지수는 2023년 말 128.78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98.63) 대비 4년간 무려 30.6%나 급등했다. 2020년 3.5%, 2021년 15.0%, 2022년 6.8%, 2023년 2.8% 상승했다. 그러다 작년 상승률이 1%로 둔화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상승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공사비 지수의 40%를 차지하는 인건비가 1월과 9월 반영되면서 1월 지수 상승률이 전월비 0.7%로 높은 편이었는데 2월엔 다시 하락하더니 3월 들어 0.16%로 상승 전환했다. 작년 3월 공사비 지수의 전월비 상승률이 보합이고, 2023년 3월 전월비 상승률이 0.14%였던 것에 비해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에 머무는 등 고환율에 건설용 중간재가 오른 영향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용 중간재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국내용의 경우 0%대에서 등락하고 있으나 수입용은 작년 11월 전년동월비 6.0%, 12월 9.2%, 올 1월 8.6%, 2월 6.9%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인건비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2월 건설업의 1인당 월 평균 임금총액은 358만 6000원으로 1년 전 대비 1.8% 상승했다. 건설업은 임시·일용 근로자 수 비중이 전체의 27%로 여타 산업 대비 가장 높은데 이들의 근로시간이 증가하면서 2월엔 건설업만 유일하게 평균 임금이 올랐다. 1월엔 설연휴 상여금 증가에 상승률 11.3%를 기록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분기에는 전통적으로 건설 발주가 없는데 (사회간접자본 예산의) 70%를 상반기 조기 발주하겠다는 정부 지침으로 다른 때와 달리 관련 공사비, 인건비 등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건설사의 공사대금 증액 추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등 5대 건설사는 올해 들어 8일까지 15건의 공사금액 증액 변경 공시를 냈는데 그 결과 총 공사금액이 8억 4800억원으로 직전 공사금액(6조 200억원) 대비 40.9% 급증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 7월 반포아파트(제3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8087억원에 수주했으나 2023년 이를 936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더니 올 3월말엔 공사기간 연장을 명목으로 25.4% 증액한 1조 1746억원으로 높였다. 현대건설은 2021년 6월 수주했던 광명11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금액을 당초 4970억원에서 공사기간 연장 등의 사유로 지난달 14일 9207억원으로 85.3% 늘렸다.
건설 경기부진에 수요發 공사비 급등 제한적
다만 이는 공사비가 급등하던 시절에 조정하지 못했던 공사금액이 2~4년 만에 증액되는 것일 뿐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공사금액이 추가적으로 오를 요인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작년 10월 국토부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2년간 공사비 상승률 2% 내외’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0~2020년까지 공사비 지수는 연간 4% 내외의 상승률을 보여왔는데 상승률을 절반 가량 더 낮추겠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3~4년 만에 공사비가 30% 넘게 급등한 만큼 몇 년간 장기 추세 상승률(4% 내외)보다 낮게 관리해 추후 공사비 지수를 장기추세선에 맞춰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광배 선임연구위원은 “건설 자재는 철근 외에는 많이 안정화된 상황인 데다 국토부가 작년 10월 외국인 인력을 확대해 노동 수급을 관리하겠다고 했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올해 연간 2% 내외 공사비 상승률 목표도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 강화로 목재 등 특정 품목 수입 불가 등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건설 경기 부진으로 건설 자재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