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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수들은 분명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정치 불안정은 경제 불확실성을 높여 소비와 투자 활동을 위축시킨다. 관세 전쟁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돈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단발성 요인에 의한 성장률 하락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구조적 요인에 의한 추세적 성장률 하락이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 성장률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200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4.9%이던 것이 2010년대에는 3.5%로 낮아졌고 2020년대 들어서는 2.0% 수준으로 더욱 낮아졌다. 이대로라면 202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추세적 성장률 급락의 주원인은 소비와 투자 침체에 있다.
우선 소비 침체가 심각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이제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소비 침체의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다. 소비활동의 중심인 15~64세 인구는 이미 2017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전체 인구도 2020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인구는 생산요소로서 노동 공급의 원천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 수요의 원천이기도 하다. 앞으로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어서 소비 침체 역시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 침체만큼이나 투자 침체도 심각하다. 대내외적으로 국내 투자를 위축하는 환경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다. 대내적으로는 촘촘히 엮여 있는 수많은 규제들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 기업은 반시장적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 하겠다고 하고 정부는 시장을 교란하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탓하며 서로 비난한다.
반면에 대외적으로는 투자유치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보호무역 전쟁은 자국 투자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투자유치 전쟁의 결정판이다. 국내 투자는 어려워지고 해외 투자는 늘어나니 국내시장의 투자 침체는 불가피하다.
이처럼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은 모두 구조적인 것들이다. 쉽게 바뀌지 않는 요인들인 것이다. 그래서 단발성 성장둔화 요인들이 사라진다 한들 추세적인 성장률 하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몇 년간 경제전망을 보면 낙관적 편향성이 뚜렷이 나타난다. 실제 성장률이 한국은행이 전망한 수치보다 일관되게 낮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낙관적 편향성의 진원지는 민간소비와 설비 투자에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했던 것이다. 앞서 제기한 소비와 투자의 구조적 침체 현상을 과소평가한 결과다.
그래서 성장률 방어 방법은 소비와 투자의 구조적 침체 현상을 해소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국내 인구 감소가 소비침체의 근원이니 외국인을 끌어들여 소비하도록 하는 인바운드 관광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소득양극화도 소비 침체의 주요 원인인 만큼 소득양극화의 주범인 노동시장 양극화를 개혁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불공정한 시장을 고치겠다고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제도들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에 제로 성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우리 스스로의 개혁적 노력 없이 대외환경 탓만 한다면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