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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정치논쟁 번지면 안돼…87체제 한계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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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5.05.21 05:30:00

■만났습니다- 조재현 한국헌법학회장
"5년 단임제 한계…4년 중임제로 책임정치"
"권한대행 민주적 정당성 낮아…부통령제 고려"
"영토조항 등 헌법 미래지향적 재정비 필요"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개헌 논의가 정치권 이해득실에 따른 공방으로 접근돼서는 안 된다. 지금은 19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개헌이 필요한 시점으로 헌법은 국가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근간으로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조재현(58) 한국헌법학회장(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2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개헌 논의가 자취를 감춘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재현 한국헌법학회장(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
그는 1987년 체제 극복과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학회장은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으로 끝날 경우 책임정치를 할 수 없다. 4년 임기 후 한 번 더 국민의 재신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4년 중임제가 우리나라 현실에 가장 적합하다”며 “통치구조 개편 측면에서 프랑스의 정치문화에서 등장한 분권형 대통령제나 독일 의원내각제는 우리 정치 현실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사태와 맞물려 드러난 허점도 지적했다. 조 회장은 “대통령 궐위 시 국민의 직접 선출없이 임명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데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국민의 신임을 받은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하도록 하는 게 맞다”며 “권한대행이 탄핵돼 권한대행의 대행이 생기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현재 상황에서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지향적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영토조항 등 현행 헌법의 한계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돼 있어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북한 지역도 포함하게 되는데 규범력 있는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통일 이후의 영토 문제, 통일의 기본적 방향과 절차, 국민주권 같은 구체적 계획이 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념적 갈등과 분열이 극심한 시기 ‘동화적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이 경우 규범이든 사회 집단이든 가치가 상반될 수밖에 없다. 이를 동화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헌법의 역할”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과 언론, 전문가들이 자극적이거나 선동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판단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새로운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조재현 한국헌법학회장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 개헌의 바람직한 방향은

△제9차 개정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에서 표출된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에 기초해 마련됐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으로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고 통치권 행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보완됐지만 이 체제는 현재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탄핵됐고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는 것도 모자라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행의 대대행을 맡는 초유의 상황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단임제는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추진할 위험이 있지만 중임제의 경우 중간에 재평가를 통해 책임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정이다. 초반에 위헌이 명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평의가 길어지면서 각하와 기각 의견도 있다는 설이 돌다 결국 재판관들이 정치적 성향을 배척하고 법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 전원일치 결정은 국민의 신뢰와 정당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헌법 제84조 대통령 불소추특권 관련 견해는

△대통령이 되기 전 진행 중이던 재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불소추특권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소추 받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재직 중에는 사소한 범죄에 대해 따지지 말라는 취지가 함축돼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재판하는 것은 경호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만약 대통령 당선자에게 진행 중인 재판이 있다면 재판부는 아마도 기일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은

△사법부 구성원들이 법관의 양심과 법적 양심에 따라 판단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법관 평가제와 같은 제도를 더 공공성 있게 발전시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언론, 학계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언론에서는 극한 대립만 하는 사람들만 내보내기보다 중립적인 의견도 다뤄야 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선동적 발언을 자제하고 팩트에 근거한 논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극단적 대립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협치 문화가 필요하다.

■조재현 한국헌법학회장 △1967년 출생 △연세대 법과대학 △연세대 대학원 헌법학박사 △독일 쾰른대학교 객원연구원 △미국 인디애나대 마우러로스쿨 객원교수 △(전)한국부패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 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국민권익위원회 국민권익자문위원 △(현)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제31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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