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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FIUS처럼…韓 외인투자 심사 전담기구 절실

하지나 기자I 2025.04.11 05:30: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美CFIUS, 국가안보 문제로 인수 불허 결정
산기법 시행령 개정…사모펀드 규제는 제외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우회적 기술유출 우려

[강원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US스틸의 매각을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시 CFIUS는 “국가 안보와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를 중심으로 법무부, 국방부 등 주요 부처와 백악관 및 정보기구까지 포함하는 CFIUS는 의심되는 모든 거래를 심사할 수 있다. 외국인 기업에 대한 정의도 폭넓게 해석해 심사 대상도 넓혀 놓았다. 심사 속도도 빠르다.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의 한국계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저지가 대표적 사례다. 2021년 3월에 발표된 인수 계약에 대해 단 3개월 만인 6월에 중단 명령을 내렸고, 결국 그해 12월에 계약은 해지됐다.

미국 CFIUS처럼 해외 주요국들은 자국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관련법이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가 사업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기타 관련 법률의 보완 및 유기적 연계가 없는 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이번 산기법 개정안을 보면, 외국인이 지배하는 국내 사모펀드를 규제하는 조항이 빠졌다. 미국이라면 심사대상이 될 사모펀드도 우리나라에선 이 조항이 없으면 심사대상도 되지 못한다. 기술 유출의 뒷문으로 사모펀드가 악용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은 지난해 11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조항들이 모두 배제되면서 우회적으로 이 같은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은 국적이 없다. 어디에 본사를 뒀나가 문제가 아니고 누가 지배하느냐가 중요하다. 산기법 개정안은 현실을 반영해 법이 적시적소에 집행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져도 각각 조각조각 적용된다면 효율적인 법 집행은 불가능하다. 우리도 미국 CFIUS와 같은 범부처 기구를 발족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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